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는 2019년부터 매년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물어왔다. 2019년 6월 기준 괴롭힘 경험 응답은 44.5%였다. 이후 괴롭힘 경험 응답은 조금씩 낮아져 2022년 6월 29.6%를 기록했고 한동안 크게 줄거나 늘지 않고 오차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재택근무, 느리지만 조금씩 바뀐 조직문화,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의 한계가 뒤섞여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한 해는 조금 달랐다. 2024년 1분기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30.5%였으나 꾸준히 응답이 늘어 4분기에는 35.9%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도 늘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괴롭힘 심각 수준을 물어본 결과, 54.0%가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1분기 46.6%에서 7.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라는 응답이 22.8%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1분기(15.7%) 대비 7.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다.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24.8%), 비사무직(24.9%), 5인 미만(28.3%)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신고율은 자해나 죽음을 고민했다는 응답보다 낮았다. 실제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대응 방법을 물어본 결과,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2.8%,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51.3%,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23.7%에 달했다(중복 응답). 회사를 떠나거나 스스로를 해치는 것보다 신고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이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20대(32%), 5인 미만(30.4%), 비정규직(27.3%), 비조합원(25.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피해 이후 죽음 또는 자해를 더 많이 고민한 사람들과 응답자 특성이 겹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신고를 어렵게 느낄까? 신고하지 않은 응답자들(n=321)에게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8%),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4%)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 막막한 상황 속에서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해치는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