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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신발, 옷가지…화마 덮친 광주 송정시장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2.14 14:04|수정 : 2025.02.14 14:04


▲ 송정시장 화재 현장

"이 비싼 내의까지 다 타버렸네. 어째야 할까."

오늘(1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시장의 한 옷가게에서는 밤사이 불로 바닥에는 까맣게 타다 만 양말이 놓여있고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사이사이 연기는 계속 피어올랐습니다.

뼈대밖에 남지 않은 가판대, 흘러내릴 듯 찌그러진 천장 등 화마의 흔적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매장을 뒤덮었습니다.

시장을 가득 메운 탄내와 흩날리는 잿가루에 지나가던 이들은 코를 막거나 수시로 기침했습니다.

양말과 내의를 팔던 최 모 씨네 가게에서는 "아이고, 어째"라는 원성이 들려왔습니다.

최 씨는 그나마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허리를 굽혀 폴리스라인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사방을 뒤져봤지만, 그의 손에 잡히는 건 까만 잿더미뿐이었습니다.

최 씨는 안쪽에 보관해둔 5만 원짜리 내의까지 전부 타버렸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5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최 씨는 "남 이야기 같았던 불이 내 가게에서 일어난 게 믿기지 않는다. 장사를 오래 했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큰 불이 날 줄 알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제 장날이었는데도 손님이 없어서 안 그래도 속상했는데 하루아침에 가게까지 없어지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옷값도 만만치않은데 제일 비싼 내의까지 다 타버려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14일 오전 불이 난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에서 상인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새벽부터 화재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시장으로 달려와 밤을 새운 신발가게 주인 김 모(76) 씨도 한숨만 푹푹 내쉬었습니다.

6칸 규모로 가게를 운영해온 그는 칸칸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버린 신발을 보며 차마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김 씨는 "불이 어디서 났는지도 모르겠고, 새까맣게 탄 수백 켤레 신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시장을 지나던 김 모(55) 씨는 "불이 났다길래 와보니 완전 쑥대밭이 됐더라"며 "워낙 시장이 좁기도 하고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오전 1시 2분에 난 화재는 소방 당국이 비상 대응 1단계를 발령해 50여 분 만에 진압됐습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시장 내 점포 17곳(38칸)이 불에 탔습니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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