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선언에 유럽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유럽은 물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3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전에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만났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굳건히 서 있으며 자유와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유럽도 굳건히 서서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밤에는 "어떤 협상이든 유럽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P·AF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를 어떤 대화에서든지 가능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올려두는 게 나토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은 있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어떤 협상이든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힐리 장관은 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화력 보강을 포함, 나토를 통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면서 나토가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이 동맹을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군사 동맹이라고 부른다. 이는 역사적으로 사실이지만 문제는 10년, 또는 15년 후에도 여전히 그럴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에 양보했다면서 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내 생각엔 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나 영토 손실 우려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유럽이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며, 특히 유럽이 평화 질서에서 중심 또는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면 협상에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폴 욘슨 스웨덴 국방장관 역시 유럽 국가들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의 약 60%를 담당했고 특히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미국 요구를 고려할 때 유럽이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도 러시아 제재나 우크라이나 방위 지원 측면에서 EU가 중심 역할을 해왔다면서 "논란의 여지 없이 우리는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평화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담 슈왑카 폴란드 EU 담당 장관은 현지 TVN24 방송에 출연해 평화협상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19세기식 열강 협상 논리'를 연상케 한다면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나토는 일단 신중한 반응입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부터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우크라이나가 긴밀히 관여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로 평화협상이 개시된 것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는 "성공적인 통화였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푸틴이 또다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넘볼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 항구적 평화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