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우울증은 죄가 없다.
초등학교 여교사가 8살 하늘이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우울증과 별 관련이 없고,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편견과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이른바 '하늘이법' 입법에는 정부와 여야 모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모처럼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입니다.
"우울증은 죄가 없다. 죄는 죄인에게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던 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대전 초등생 하늘이의 죽음과 관련해 SNS에 잇따라 글을 올렸습니다.

먼저 <우울증은 죄가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에서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언론이 가해 교사의 우울증 휴직 전력을 집중 보도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프로에 불과"한데, 교사 우울증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면 우울증 앓는 사람들이 더 숨을 것을 우려한 겁니다.
나 교수는 "펜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며 언론에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습니다.

나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 '하늘이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법을 만들어 심신 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하늘이 아버지) 말씀은, 정신과 의사인 저조차 쉽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하늘이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와 깊은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습니다.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 교수의 일관된 주장인데요, '하늘이법'도 이를 위한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이번 사건이 우울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갈등을 내면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건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표창원 "가장 비겁한 사건"
범죄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도 정신의학 전문의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CBS 라디오에서 "우울증은 변명거리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표 소장은 "이 교사에게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공격성과 폭력성이 대단히 강하다. 이것이 범행으로 이끈 직접적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가운데 '가장 비겁한 사건'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선생님'이니까 따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마음대로 유인해서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어리고 약한 대상을 골랐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진주 안인득 사건 등) 모든 범죄들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점은 자신이 가장 범행하기 쉬운 대상이거든요. 이 교사의 경우에는 그 모든 사건들 중에서 가장 비겁한 사건이라고 봐야죠.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가해 교사가 범행 대상을 8살 여자 아이로 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일종의 '권위살인'이라고 했습니다.
▷ 배상훈: 저희 범죄학 분류로서는 'Authority Killing', '권위살인'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일종의 대리 살인 같은 거죠. 대체 살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거고요.
▶ 진행자: 대체 살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분노를 실제로 표출할 대상이 따로 있는데 조금 더 약한 존재를 대신 살해했다, 이런 의미십니까?
▶ 배상훈: 그렇죠. 눈에 보이고 제일 만만한, 가장 약한, 그래서 사실 잔혹하죠. 범행 자체가.
-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교사의 진단명이 뭐가 됐든 이번 범행은 정신질환과 무관하게 이뤄진 계획 범죄"라며 "이 사람이 한 행위는 심신 미약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늘아, 예쁜 별로 가"
숨진 하늘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울타리에 펴진 우산이 늘어섰습니다.
추모객들이 놓고 간 선물들이 행여 눈 맞아 젖을세라 학교 관계자들이 우산을 펴놓은 겁니다.

우산 밑에는 국화와 인형 등의 선물이 쌓여갔습니다. 추모의 마음들이 모인 겁니다.
'하늘아, 하늘에선 편히 쉬어. 하늘에서 행복하길 바랄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늘아 예쁜 별로 가' 등의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 추모 글도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빈소와 합동분향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영정 사진 속 하늘이가 활짝 웃으며 환한 표정이어서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하늘이의 하늘 여행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조문객들은 기원했습니다.
하늘이 아버지는 오늘(12일)도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이 제대로 치료받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명 '하늘이법' 제정을 호소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앞으로 우리 하늘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여야 대표의 조문을 당부했는데, 여야 대표 모두 빈소 조문을 결정했습니다.
여야 모두 하늘이법 입법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 법안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입법 필요성에는 정치권에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도 정부 차원의 '하늘이법'을 주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날 학교에 무슨 일 있었나?
사건이 발생한 그제(10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더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