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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로서 죄받아 마땅"…미 입양 한인 친모가 남긴 마지막 편지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2.12 08:18|수정 : 2025.02.12 08:18


▲ 미국 입양 한인 윤현진 씨의 친모가 남긴 마지막 편지

"모정을 버리고 어린 자식을 문전에 놓고 갑니다. 미국으로 입양시켜 주십시오. 어미로서 죄받아 마땅합니다. 용서를 빌며 부탁드립니다."

미국 입양 한인 윤현진(42) 씨는 가끔 친모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꺼내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 친모에 대한 미움은 사라졌고,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알고 이해하고 싶을 뿐입니다.

윤 씨는 오늘(12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에 보낸 뿌리 찾기 사연을 통해 친모가 남긴 마지막 편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짧은 메모 형식의 편지 속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이 적혔습니다.

미국 입양 한인 윤현진 씨의 어릴 적 모습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힘써달라"는 부탁의 말도 포함됐습니다.

입양 기록에 따르면 윤 씨는 1983년 2월 20일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1985년 7월 9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3동 경의초등학교 근처에서 이 편지와 함께 발견됐습니다.

이후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이듬해 6월 4일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현재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3∼4시간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저는 검은 머리에 짙은 갈색 눈을 갖고 있다"며 "키는 183㎝이고, 다른 유전적인 질병은 알지 못하지만, 알레르기는 없고 유제품에 민감하다"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취미는 새로운 기술 배우기와 암벽등반, 보드게임입니다.

한국 문화유산에 흥미가 있고, 정체성을 찾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입양 한인 윤현진 씨의 현재 모습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발견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윤 씨는 "친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고, 어떻게 내가 입양됐는지 알고 싶다"며 "친가족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건강 관련 유전적인 질병 여부는 알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친모에게 잘 자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3월 15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당신이 하신 선택을 이해하고 있으며 당신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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