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A(62) 씨와 그의 동생 B(52) 씨는 어머니 재산을 놓고 누나 C 씨와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당시 10억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던 어머니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A 씨 형제는 2022년 1월부터 누나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자신들과는 만나지 못하게 하자 '작전'을 짰습니다.
누나 몰래 어머니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와 재산 증여 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증서에는 "000(어머니)은 아들 A 씨에게 8억 원을, 아들 B 씨에게 6억 원을 각각 증여한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C 씨는 같은 해 4월부터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집에 모신 어머니를 재차 남동생 형제와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A 씨 형제는 어머니 재산을 추가로 증여받으려고 또다시 계획을 꾸몄습니다.
누나와 그의 아들인 조카에게 만나자고 거짓말을 해 집 밖으로 유인한 뒤 어머니를 다시 데리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같은 해 4월 5일 낮 12시 40분쯤 B 씨의 아내가 조카며느리의 집에 찾아가 "아랫집 이웃"이라고 거짓말을 해 현관문을 열게 했습니다.
이후 B 씨의 아내는 집에 혼자 있던 조카며느리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렸고, 발로 복부를 걷어찼습니다.
이어 A 씨와 B 씨뿐만 아니라 A 씨의 아내까지 모두 4명이 합세해 집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B 씨 입에서는 "X 같은 X아, 비켜"라는 욕설도 튀어나왔습니다.
이들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조카며느리를 발로 걷어차거나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가슴을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머리를 다친 조카며느리는 1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 형제의 어머니는 이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결국 요양병원에서 숨졌습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부부는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한 동생 부부와 달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들은 "조카며느리를 때리거나 밀친 적이 없다"며 "설사 폭행이나 주거침입이 인정된다고 해도 당시 췌장암 말기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긴급피난' 상황이어서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부부가 동생인 B 씨 부부와 함께 조카며느리의 집에 침입해 상해를 입혔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6단독 박종웅 판사는 A 씨 부부와 B 씨 부부 등 모두 4명에게 각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120시간을 명령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박 판사는 "피해자 진술은 경찰 조사 때부터 구체적이고 일관되지만, 피고인 A 씨 부부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상해와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은 조카며느리의 집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나온 뒤 곧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인근에 있는 주민센터에 함께 가서 주민등록증을 다시 발급받도록 했다"며 "어머니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업어서 집 밖으로 나온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의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B 씨 부부는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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