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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만 일 안 해"…'철의 도시' 포항의 위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2.11 05:15|수정 : 2025.02.11 10:24


▲ 현대제철 포항2공장

"출근은 하고 있지만 조업을 안 하고 있으니 불안하지요.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으니 답답합니다."

어제(10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 현대제철 포항2공장 앞에서 현대제철 자회사 소속 한 40대 직원은 회사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현대제철 포항2공장에는 현대제철 직원 200여 명과 자회사인 현대IMC 직원 200여 명이 근무합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철강 업황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포항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지난해 12월 축소 운영키로 했습니다.

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를 놓고 협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 포항2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행복한 포항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가 붙여 놓은 "현대제철 힘내세요, 노사가 힘 합해서 어려움을 극복하세요"란 현수막이 이 회사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현대제철 포항공장뿐만 아닙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1선재공장을 폐쇄했습니다.

포스코는 당장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전환 배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입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위기에 놓이면서 계열사나 협력업체, 제품 운송업체 등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항지역 철강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포항철강산단 생산실적은 2023년 16조 3천247억 원에서 2024년 14조 7천824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수출액은 2023년 36억 5천893만 달러에서 2024년 33억 2천592만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분야 관세 부과 방침까지 밝히면서 철강기업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봅니다.

포스코는 아직 행정명령 공표가 없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속해서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상황입니다.

현대제철 역시 포항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철강업 전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의 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대미수출은 국가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며 "이번 관세 조치가 국가 쿼터 비체결국에 대한 것인지, 체결국도 포함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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