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선 유세 도중 피격 당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에 이란의 '암살 시도 가능성'을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란과는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은 암살 기도 사건이 잇따르자 우려가 커진 캠프에서 '미끼 전용기'까지 띄웠다는 것입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알렉스 이젠슈타트 기자는 자신의 책 '복수: 트럼프의 정권 탈환 뒷이야기'라는 책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현지시간 9일 보도했습니다.
다른 정치 매체 폴리티코 소속으로 대선을 취재한 이젠슈타트 기자는 캠프의 '이너 서클' 구성원 등과 300차례 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 9월 플로리다 골프장 암살 미수 사건 등을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전용 비행기를 이란이 격추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캠프 내에 급속히 커졌습니다.
이에 경호팀은 한 행사를 앞두고 '미끼 전용기' 작전을 실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이자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현 중동 특사의 개인 비행기에 일부 참모와 함께 탑승해 이동하고, 나머지 참모나 직원들은 원래 사용하던 전용기를 이용하는 작전이었습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반면, 공동선대위원장이던 크리스 라시비타는 다른 참모들과 미끼 비행기에 탔습니다.
작전이 비밀리에 이뤄진 터라, 대부분 직원은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에야 트럼프 대통령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그제야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보스는 우리와 함께 타지 않았다"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한 테스트일 뿐"이라고 달랬지만, 일부 직원들은 자신들이 미끼로 활용됐다는 느낌에 불쾌감을 토로했습니다.
이젠슈타트 기자는 세 명의 보좌관이 자신에게 "기분 나쁜 유머와 같은 초현실적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캠프 내에서 그날의 사건은 '유령 비행'이란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골프장 암살 시도 직후인 9월 18일 뉴욕 롱아일랜드 유세에서는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저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비밀경호국(SS)이 입수했습니다.
이날 라시비타는 댄 스캐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에게 "창밖으로 고개 내밀지 마라. 표적이 된다"고 욕설을 섞어 가며 농담했고, 와일스 비서실장은 조용히 좌석 시트를 뒤로 젖혔다고 합니다.
한 주 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 뒤를 드론이 추격하는 것이 포착돼 SS 요원이 전자기총을 쏴 무력화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란의 암살 위협을 겉보기보다 깊이 걱정했다는 것이 이젠슈타트 기자의 설명입니다.
1기 재임 중이던 2020년 '국민영웅'으로 불리던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를 지휘한 사실을 유세에서 부각하곤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이 피부에 와닿자 언급을 줄였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행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거나, 미국 유권자들이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할지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