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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지구 구상'에…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논의는 '뒷전'

박재연 기자

입력 : 2025.02.07 13:23|수정 : 2025.02.07 13:23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그 땅에 미국 소유의 '향락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인질 수십 명의 귀환과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가 달린 2단계 휴전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로 시행 중인 '3단계 휴전방안'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하마스 지도자들이 망명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새로운 구상까지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자신의 장대한 계획을 설명했을 뿐 임시휴전을 영구휴전으로 전환하는 회담을 진행하라는 압력은 거의 가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3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휴전 후속 협상은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고, 인질의 운명도, 하마스의 대응도, 휴전 유지 여부도 모두 불확실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 6주(42일)간의 휴전 1단계에 들어가면서 휴전 발효 16일 차에 남아있는 모든 인질을 송환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2단계 휴전을 협상하기로 했습니다.

휴전 1단계에서는 인질 33명이 풀려나고, 2단계에서는 이미 사망한 인질을 포함해 59명가량이 귀환하고, 이후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재건 등을 논의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협상단은 이날까지도 협상장이 있는 카타르 도하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놀랍다" "추진해야 한다"고 극찬했으나 휴전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날 미 의회 지도부를 면담한 후에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역사적 회담을 가졌고, 이는 이스라엘 미래를 위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격찬을 이어가면서 '하마스 제거' 필요성만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미 당국자들에게는 하마스가 권력을 포기하고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조건으로 전쟁을 종식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42일간으로 설정된 1단계 휴전의 기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1단계에서 33명보다 더 많은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트럼프 행정부도 약간의 변경에는 동의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1단계 휴전이 연장되면 2단계 협상에서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이 1단계 협상에서 동의하지 않았던 '고위급'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포함하는 새 제안을 제시할 계획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지도부는 하마스 고위 지도부가 제3국으로 망명하는 것을 허용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하마스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하마스 간부들이 망명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인질석방 및 휴전협상이 무너지고 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전문가인 자카리아 알카크도 가자 주민 200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제안만으로도 하마스가 더욱 조심스러워져 휴전 협상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아랍 세계 전체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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