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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 이룬 두 마리 개·귀한 보석상자…월성서 찾은 의례 흔적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2.06 09:11|수정 : 2025.02.06 09:11


▲ 동쪽에서 출토된 개 유구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일대에서 개를 제물로 바친 듯한 의례 흔적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당시로서는 고급품인 옻칠한 상자, 목걸이 등도 함께 발견돼 1천700여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예를 표했는지 밝힐 실마리가 될 전망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월성 서남쪽 일대의 취락 끝자락에서 개로 추정되는 동물 뼈가 발견된 데 이어 희생된 개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오늘(6일) 밝혔습니다.

경주 월성은 신라 궁궐이 있었던 도성을 뜻합니다.

두 마리의 개가 발견된 곳은 서남쪽의 취락, 즉 마을의 가장자리로 추정됩니다.

이 일대는 하천에 접해 있는 연약한 지반에 모래층이 쌓여 있었으나 3세기 전∼중엽에 취락을 조성하기 위해 흙을 다지고 땅을 평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개 뼈와 각종 유물이 나온 일대는 직경이 약 6m에 이르는 원형 구조입니다.

두 마리 개는 마치 대칭을 이루듯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발견됐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개의 크기는 약 46㎝로, 지난해 발견된 개(60㎝)보다 작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물 고고학을 전공한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발견된 뼈 형태를 보면 다리를 정연하게 모으고 있다. 두 마리를 대칭적으로 둔 점이 독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발견된 개 형체 주변에서는 다양한 유물도 나왔습니다.

다리뼈에서 남쪽으로 약 45㎝ 떨어진 곳에서는 둥근 고리가 달린 칼이 발견됐고 2∼4㎝ 크기의 청상아리 이빨 12개, 나무 빗, 1천200여 알에 달하는 콩 등도 찾아냈습니다.

국가유산청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그 중 나무상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옻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에는 수정 목걸이가 들어 있었는데, 옻칠 상자는 당시로서는 고급 물건이어서 의례를 위해 바친 귀한 상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수정 목걸이는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됐으며 상태가 양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자 주변에서는 나무 빗, 낫 등도 발견됐습니다.

출토된 유물 상태,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시 의례를 지낸 뒤 주변을 불로 태웠다고 추정됩니다.

이번에 발견된 의례 흔적은 옛사람들의 모습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출토된 토기와 각종 물품을 분석한 결과, 다수가 3세기쯤 만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경주 일대에는 신라의 모체가 된 사로국(斯盧國)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사로국은 진한 12국 가운데 하나로, 4세기 중엽까지 이어졌다고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그간 월성에서 밝혀낸 의례와 연관성이 있을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서 월성의 성벽 아래에서는 50대로 추정되는 남녀의 뼈 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성이 견고하게 쌓아지길 바라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인신공양) 흔적으로 봅니다.

월성을 둘러싼 도랑이자 방어 시설인 해자(垓子)에서는 방패 모양의 나무 조각, 작은 배 모양을 한 목제 유물 등이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월성에서는 취락이 조성될 때, 성벽이 구축돼 왕성으로 전환될 때 등 중요한 시기에 의례가 진행됐다"며 "그 안에는 신라인의 마음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2014년부터 신라 왕경(王京·신라시대 수도를 뜻함) 핵심 유적을 중심으로 발굴 조사 중입니다.

핵심 유적은 2019년 제정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한 월성, 황룡사지, 동궁과 월지, 첨성대 등 총 14곳을 일컫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오늘 서울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간 신라 왕경 핵심 유적을 발굴 조사한 성과와 가치를 설명할 예정입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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