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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독성 물질 공기 전파 위험성 제기…민간·정부 조사 차이 논란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2.06 08:42|수정 : 2025.02.06 08:42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사람 콧속 녹조 독소(유해 남세균)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서 민간 전문가와 정부 측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종류의 분석기를 사용해 녹조 독성 물질 검출 여부를 조사했으나 양측이 상반되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6일)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0일∼9월 12일 민간 전문가들은 낙동강 중하류 2㎞ 이내에 있는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이들 콧속에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되는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이승준 국립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이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도 비슷한 시기 녹조가 창궐하던 지난해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안동댐과 영주댐, 물금, 합천창녕보, 도동서원, 삼락생태공원 등 낙동강 6곳에서 수시로 공기를 포집해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두 조사에서는 모두 '액체크로마토그래피-텐덤질량 분석(LC-MS/MS)' 기구가 사용됐습니다.

LC-MS/MS는 복잡한 물질로 구성된 시료의 성분을 분석할 때 쓰이는 연구 방법으로, 동족 계열에 속하는 유기 화합물을 분석하는데 용이합니다.

이 때문에 녹조 관련 연구에 주로 사용되며 국내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 운영 등에 관한 고시'와 국제표준화기구(ISO)에도 등재돼 있을 만큼 널리 쓰입니다.

그러나 두 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민간 전문가들이 진행한 조사에서는 대상자 97명 중 46명(47.4%)의 콧속에서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습니다.

주민 호흡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면 인근에 녹조 에어로졸이 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는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낙동강유역네트워크 등은 2023년 낙동강 유역에서 포집한 공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측 조사 등을 근거로 녹조 에어로졸이 호흡기로 흡입됐고, 정부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과학원 조사가 낙동강 유역에서 포집한 공기로 분석을 진행했기에 인근 주민 콧속에서 채취한 시료로 바탕으로 한 이번 민간 조사와는 맥락이 다소 다르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인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민간 조사는 대상자마다 녹조 접촉 방법과 정도 등이 다를 수 있어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근거로 낙동강 인근 공기 중에 녹조 독소가 포함됐는지를 단정하긴 어렵고, 과학원 조사에서는 공기 중 녹조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낙동강 유역 공기 포집 방법과 조사 시기, 날씨, 바람 등 변수에 따라 조사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화 된다는 내용의 논문이 많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만성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은 노출 정도에 비례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조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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