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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되고 무서웠지만…"나 한번 믿어달라" 외친 임지연 [스프]

입력 : 2025.02.06 09:01|수정 : 2025.02.06 09:01

[주즐레]


강선애 주즐레 썸네일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배우가 맡았던 캐릭터 중에 연기 인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인생 캐릭터'라 부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생 캐릭터'가 되려면, 배우 스스로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가 인기까지 뒤따라야 한다. 이 삼박자를 갖춘 '인생 캐릭터'를, 배우는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배우는 하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갈아치운다는 평가를 듣고, 누군가는 평생 연기를 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인생 캐릭터' 하나를 얻기가 힘들다.

배우 임지연은 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듯 보인다. '더 글로리'의 악역 박연진으로 전 국민의 애정 어린 미움을 받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옥태영(구덕이)을 통해서다.
 

"타이틀 롤이라 부담됐고, 사극이라 무서웠다"

강선애 주즐레
'옥씨부인전'은 악착같이 살던 노비 구덕이가 양반 아씨 옥태영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의 신분으로 살게 되며, 새롭게 얻은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임지연은 '구덕이'이자 '옥태영'으로, 노비부터 양반 마님, 조선시대의 변호사인 외지부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다양한 변화를 그려냈다.

옥태영을 뜻하는 제목이 말해주듯 '옥씨부인전'의 타이틀 롤은 임지연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송혜교, 송승헌, 김태희, 전도연 등의 선배들이 이끌면 임지연은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 '옥씨부인전'처럼 임지연에게 완벽한 타이틀 롤이 주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타이틀 롤 경험이 이 정도는 없다 보니, 부담감이 컸어요. 처음 느껴보는 책임감이었어요. 옥태영의 삶을 그린 작품이라 보여드릴 것이 많잖아요. 신분도 다양하게 나오는데, 멜로도 있고, 외지부로서의 활약도 있고. 그런데 제가 경험이 많지 않아 선배님들이 걱정하지 않으실까,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은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대본 리딩날 '저 한번 믿어달라' 말하면서 저의 굳은 다짐을 전했어요.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큰 부담감에도 임지연이 '옥씨부인전'을 선택한 건 재미있는 대본, 그 안에서 구덕이/옥태영으로서 다양한 매력을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특히, '사극' 장르라는 점에서 도전 의식이 꿈틀거렸다.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을 통해 "나도 사극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왕 도전하는 거, 제가 제일 자신 없고 저와 안 어울릴 거 같은 사극 장르를 해보고 싶었어요. 신인 때 경험해 봐서, 사극이 얼마나 고된지,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다 탄로 나는 장르라는 걸 알아요. 한복이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사극이 무서웠어요. '내가 과연 그 안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의 여자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잘 못할 거 같은데' 그런 혼자만의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다 '아차' 싶더라고요. 창피했어요. '난 원래 새로운 거에 도전하고 끌리면 하는 스타일인데, 뭐가 무섭다고 잘하는 것만 하려 하나', '왜 초심을 잃었나', '왜 사극은 못 하나' 싶었어요. 연진이도 쉬워서 선택했던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보여주자', 저도 꽤나 사극과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에 뛰어들었어요."

'사극도 잘 어울리는' 임지연을 보여주고자, 그는 다방면에서 힘썼다. 한복 의상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한복을 입은 자태가 기품 있어 보이기 위해 자세 하나하나에도 노력했다. 그 결과 임지연표 '옥태영 마님'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시청자들의 칭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임지연 본인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게 많아요. '저건 감정이 좀 더 갔어야 하는데', '저기서는 발음이 샌 거 같은데' 하는 아쉬운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도 제가 구덕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부분들이 많이 묻어난 거 같아요. 구덕이로서,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게 소화한 거 같아 다행스러워요."
 

사랑했던 구덕이, 닮고 싶은 옥태영

강선애 주즐레
'옥씨부인전'은 지난달 26일 마지막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최종회는 전국 시청률 13.6%의 자체 최고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높은 화제성에 시청률까지 잡으며, 타이틀 롤로서 성공적으로 '옥씨부인전'을 마친 임지연에게 소감을 물으니 울컥한 감정이 튀어나왔다.

"구덕이를 너무 많이 사랑했어요. 그래서 아직 구덕이를 보내주지 못했어요. 너무 슬퍼요. 보내주기 싫고, 더 했으면 좋겠어요. 함께한 배우들을 못 본다는 생각이 슬퍼요. 2024년 저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던 구덕이랑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뭉클하고 애틋해요."

임지연의 말속에서 얼마나 이 작품을, 구덕이/옥태영 캐릭터를 사랑했는지 절실히 느껴졌다. 임지연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매력들을 술술 나열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너무 닮고 싶었어요.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런 여성이 멋있어 보였어요. 때로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멋있어 닮고 싶었어요. 그런 옥태영과 저의 비슷한 부분을 찾아보자면, '노력'에 관한 거 같아요. 배우로서 제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노력이 분명 결과를 빛내줄 것이라 여기며 저만의 노력을 믿었어요. 유일하게 가장 큰 자신감이, 저의 노력과 끈기였죠. 그런 부분들이 그래도 옥태영과 겹치는 부분이지 않나, 생각해요."

'옥씨부인전'은 구덕이가 옥태영의 삶을 대신하지만, 결국에는 한 인물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노비가 양반 행세를 한 것이 질타를 받긴 하지만, 그 어떤 양반보다도 훌륭한 인품과 이타적인 행동으로 주변의 귀감이 된 구덕이는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모두의 인정을 받고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신분, 성별, 시대에 굴하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헤쳐나가는 한 여성의 감동 서사가 '옥씨부인전'의 핵심 줄거리다.

이런 구덕이이자 옥태영을 연기하며, 임지연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노비로 시작해 남장도 했다가 양반 마님도 됐고, 눈 덮인 산을 넘고 불 속에서 탈출도 하고, 멍석말이도 당하고 물에 빠지기도 했다. 외지부로서 변론에 나서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했고, 천승휘(추영우 분)와는 목숨 건 애절한 로맨스도 선보였다.

"사극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같아요. (웃음) 변화도, 겪어야 할 일도 많았는데, 정말 집중을 많이 하려 했어요. '내가 그 인물이라면'도 아니고, '내가 그 인물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그 어떤 작품보다 철저했고 치밀했고 절실했어요."

임지연이 끌고 가는 분량이 많은 데다 지방 촬영이 많은 사극 작품이다 보니, 체력적인 어려움은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구덕이를 연기할 때 노비 신분이라 못 먹어 야위고, 까맣게 칠한 분장이 잘 어울리는 느낌을 내고자 했는데, 특별히 체중 감량을 할 필요가 없었다. 워낙 체력 소모가 크다 보니 저절로 4~5kg이 빠져 자연스럽게 노비 구덕이의 모습이 나왔다.

"체력적인 힘듦은 역대급이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저한텐 몸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스트레스거든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고 그러는 게 마음이 마냥 행복했어요. 그래서 몸이 힘든 거조차도 즐길 수 있었어요. 쓰러져 죽을 것 같아도 결국 해내니까, 진짜 대단하다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끙끙 앓으면서도 재판신 찍으려고 대본을 붙잡고 달달 외우고 있었던 제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면 대견스러워요."

이토록 온 힘을 다해 구덕이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 임지연을 향해 호평이 이어졌다. '옥씨부인전' 애청자들은 진심으로 구덕이의 해피엔딩을 바랐고, 임지연의 연기에는 감탄을 쏟아냈다. 연진이로 욕먹은 기억이 선명한 그에게는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절 미워하는 반응은 겪어봤는데, 이렇게 정말 진심으로 제 캐릭터를 걱정해 주는 반응은 처음이라 새로웠어요. '구덕이 어떡하냐'면서 걱정의 댓글이 많더라고요. 워낙 다사다난한 인물이라 어떤 엔딩을 맞을지 불안해하는 마음들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들이, 결국엔 저희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잘 전달된 거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좋았어요."

임지연을 감동시킨 최고의 시청자 반응은, 부모님이었다.

"아빠가 연기적으로 저에 대해 칭찬한 적이 별로 없어요. 극T 성격이시거든요. (웃음) 그런데 이번엔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셨어요. '내가 본 최고의 사극이고, 우리 지연이 연기 너무 잘한다'는 말을 아빠한테 처음 들었어요. 뭉클했죠. 제가 어려워했던 사극, 그런데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극. 그걸 제가 도전해서 칭찬받았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했어요."
 

다시, '평범한' 임지연으로

강선애 주즐레
'옥씨부인전' 인기의 중심에는 옥태영과 천승휘의 로맨스가 있다. 옥태영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천승휘의 절절한 순애보를 바탕으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두 캐릭터의 로맨스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했다. 임지연은 천승휘 역을 연기한 추영우보다 실제로 9세가 많은 누나지만, 연기할 땐 나이 차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로 나이 차를 잘 못 느껴서, 그게 작품에 잘 묻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할 땐 천승휘로서 열렬히 사랑하려 노력했어요. 지금은 작품이 끝나 잔소리하는 누나가 됐지만요. (웃음) 현장에서 제가 영우보다 더 긴장하고 생각이 많았어요. 영우는 작품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능청스럽게 천승휘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물을 만드는 게 타고난 거 같아요.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헤쳐 나가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죠. 영우가 잘 될 줄 알았어요. 이 작품 말고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옥씨부인전'에서 추영우와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준 임지연의 '현실 연인'은 배우 이도현이다. '더 글로리'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 2023년부터 공개 열애 중이다. 이도현은 현재 군 복무 중인데도, 여자친구의 드라마를 정성껏 모니터 해줬다.

"본방 사수하면서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이 작품을 애정하는지 잘 아는 친구라,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응원 많이 해줬어요."

'더 글로리' 배우들과의 친분은 여전히 두텁게 유지 중이다. 송혜교, 차주영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연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곤 한다. 그 중심에서 송혜교는 든든한 선배이자 언니로 동생들을 챙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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