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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마디'에 이뤄진 가자 휴전, 자칫하면 깨질 수 있다고? [스프]

김혜영 기자

입력 : 2025.01.28 09:01|수정 : 2025.01.28 09:01

[딥빽] 트럼프와 두 개의 전쟁 특집 1편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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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팩트는 기본, 맥락까지 전해드리는 '딥빽'에서는 <트럼프와 두 개의 전쟁> 대담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과 함께 최근 합의된 가자 전쟁 휴전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중동 질서 재편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 이스라엘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각국의 분주한 셈법 계산과 한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장지향 센터장이 휴전 직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본의 아니게 아이언돔 요격을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론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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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센터장님 제가 종종 연락드릴 때마다 카타르에 계시거나 뭐 다른 중동 국가에 계셔가지고 본의 아니게 또 국제 전화를 드리기도 했었는데 최근에도 또 어디 다녀오셨었다면서요?

A. 그렇죠. 작년 12월 말경에 2주 일정으로 이스라엘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제가 있는 동안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사일이랑 드론을 한 다섯 번 정도 쏴서 제가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머리를 붙잡고 방공호를 향해서 뛰기도 했지만 무사히 잘 돌아왔습니다.

Q. 너무 다행입니다. 그 이야기는 이따가 자세하게 또 들어보려고 하고요. 가자 전쟁 460일 만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을 합의를 했습니다. 근데 사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본인도 그렇고 바이든 전 대통령도 그렇고 '내 덕분이다', 말하자면 둘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A. 결과만 봤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분이 거의 95% 정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평화안,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1단계, 2단계, 3단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정부에서 만든 거긴 하지만 1년 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내 취임식 전에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을 하자 정말 마술처럼 이 휴전 협정이 체결이 됐고 1단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인질과 수감자가 맞교환이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났죠.

Q..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자 전쟁을 대하는 어떤 기조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봐야 할까요?

A. 굉장히 다르죠. 말씀하신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 때는 물론 그러니까 이스라엘을 향해서 미국 정부의 무기 지원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팔레스타인을 향한 인도주의 참사는 막아야 된다. 그리고 빨리 인질 귀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것이 주였어요.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에 '내 취임 전에 전쟁이 멈춰야' 되고, 그리고 어쨌든 이번에 취임 연설에서도 '내 덕분에 지금 휴전이 이루어졌고, 그리고 앞으로 가자지구가 개발이 됐으면 좋겠다' 그 정도지, 팔레스타인에서 앞으로 어떤 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하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며 앞으로 인도주의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국제 사회가 어떻게 함께 재건을 해야 되느냐라는 얘기는 아직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Q.. 중동 전쟁이 워낙 복잡하니까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됐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어떤 확전의 양상이, 어떻게 이렇게 넓혀져 왔는지를 한번 지도를 보면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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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남부에 있는 키부츠와 노바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곳을 향해서 2023년 10월 기습 공격이 일어났습니다.

Q. 그때 이스라엘인들을 포함해서 1천200여 명 정도가 사망.

A. 그렇죠. 250명이,

Q. 인질로 잡힌 상황이었죠.

A. 네. 기습 공격을 벌인 주체가 하마스인데, 하마스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무장 대리 조직이에요. 이 무장 대리 조직에는 가자지구의 하마스뿐만 아니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또 여러 민병대들, 이라크의 이슬람 저항군,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래에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도 포함됩니다. 가자지구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치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서 시가전을 시작을 하죠. 그래서 소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이 됐는데, 전쟁이 시작되자 아까 말씀드렸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민병대, 이라크의 이슬람 저항군, 예멘 후티 반군과 이란 이슬람 공화국도 하마스에게 지지를 선언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을 향해서 쏘아댔었죠.

Q. 말씀해 주셨던 그 세력들만 나열해도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이란의 소위 대리 세력, 프록시 세력이라고 불리는데 시리아 민병대, 그리고 예멘 후티 반군, 굉장히 많은 이 세력들이 어떤 관계로 봐야 할지 좀 설명을 간명하게 해주신다면요.

A.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건설이 된 나라인데 이 나라의 국시가 큰 적인 미국과 작은 적인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 하에 각 나라의 비국가 단체, 사실 레바논의 헤즈볼라라고 하지만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대표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레바논 내에 있는 그냥 비국가 무장 조직. 그리고 시리아도 마찬가지고 이라크 내 예멘 내에 이런 비국가 단체들을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면서 자신들의 무장 조직으로 키웁니다. 그리고 이 무장 조직들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라고 하는 자신들의 후원국의 국시에 따라서 활동을 하게 되는 거죠.

즉,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고, 이슬람 혁명을 중동 내에 확산을 시키고, 이제 거기까지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공식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이란 내에서 정말 강경한 세력들은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서면 핵무기 개발도 불사한다라는 것까지 자신들의 목표를 비밀리에 세우고 있는데, 이런 이란과 그 아래 소위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무장 프록시 단체들이 있는 것이죠.

Q. 네, 아까 말씀해 주셨지만 이란의 강경 세력이 그럼 이란 혁명수비대를 말씀하신 건가요? 비교적 최근에 신임 이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페제시키안이라는 사람은 온건 개혁파로 분류가 되던데, 하메네이라는 또 인물이 있잖아요. 최고 지도자죠. 그분은 또 굉장히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차이에서 비롯되는 내부 갈등이나 이런 것들이 실제 전쟁의 향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한데요.

김혜영 딥빽
A. 이란의 정식 국호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거든요. 그런데 방점은 이슬람에 더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공화국이라 대통령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 공화국이기 때문에 국가의 최고 수장은 종신제인 하메네이 최고 종교 지도자이고 강경 보수파예요. 이 최고 종교 지도자의 가장 든든한 후원 세력이 아까 말씀하신 이슬람 혁명 수비대이고요. 그래서 대통령이 있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로 보자면 행안부 장관쯤으로 보시면 됩니다.

Q. 2023년 10월 7일이었죠. 그때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해서 이스라엘인들을 포함해서 1천200명가량을 숨지게 하고 또 250명가량을 인질로 납치를 하고, 그리고 그 이후에 또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하면서 가자 보건부 집계 기준 4만 6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고 또 11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거든요.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도 전쟁 과정에서 숨진 사람(군인)만 4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 정말 끔찍하죠. 근데 이런 상황을 사실 국제 사회가 목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이 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시나요?

A.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냥 단순하게 결정적인 이유를 좀 찾아보자면, 저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이 드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왜 이렇게 휴전이 안 되다가 하필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고 나서 바뀌었을까'를 보면, 그 전후에서 바뀐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네타냐후 총리의 휴전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다 끝내겠다'라고 얘기를 했었고, 그리고 당선인이 되기 전에도 그러니까 한참 대선 캠페인을 하고 있을 때도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를 하면서 '내 취임식 전에', 그러니까 그때는 자기가 당선이 될 지도 몰랐는데도 '내 취임식 전에 전쟁을 끝냈으면 좋겠다'라고 압박을 했었죠. 그거를 네타냐후 총리는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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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에 이스라엘 출장을 가서도 제 지인들도 만나고 거기 있는 학자들도 만났는데 사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정치인은 아니에요. 아직도 65% 이상이 네타냐후의 사퇴를 바란다고 여론조사에서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막 인기 있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이스라엘 시민들조차도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됐기 때문에 전혀 휴전 협상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었던 네타냐후 총리를 좀 움직였다'라고 하면서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할 수 있는 세계 지도자가 있다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휴전 협상 체결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Q. 네타냐후 총리가 초반에 전쟁의 목표를 이렇게 두 가지로 언급했던 게 기억이 나요. 하나는 하마스 궤멸, 다른 하나는 인질들의 생환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도 전문가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게 사실 둘 다 불가능하다고까지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계속 밀어붙이던 네타냐후 총리를 멈추게 한 트럼프 대통령인 건데, 취임이 되기 전에 이거 멈췄으면 좋겠어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라기보다는 뭔가 얻은 게 있으니까 멈춘 게 아니겠나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사실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내부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뇌물 수수, 그다음에 배임, 사기 사건으로 재판 중인 겁니다. 그래서 작년 12월에도 재판정에 나갔어요. 물론 자기의 혐의를 모두 부인을 하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이 재판은 계속 진행될 텐데, 어쨌든 굉장히 심각한 재판이 앞으로 계속 있는 거예요. 그럴 때 가장 하고 싶은 거는 재판을 우선 좀 피하고 싶은 걸 거예요. 그러니까 재판을 피하고, 더 나아가서 '내가 혹시 이제 재판정에서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내가 구국의 리더 그런 이미지라면 죄를 좀 더 경감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네타냐후 총리에는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전쟁을 계속 이어 나간 이유는, 전쟁이 끝나면 바로 재판에 나갔어야 됐었거든요. 지금 휴전 협정이 이루어지니까 바로 12월 말에 재판정에 나갔단 말이에요. 그래서 첫 번째, 재판을 최대한 늦춰야 되고 두 번째, 재판에 나가더라도 내가 뭔가 성과를 좀 만들어야지 그나마 재판정에서 할 얘기가 있을 텐데, 그래서 어쨌든 첫 번째 목표라고 하면 하마스의 궤멸에 거의 올인을 한 거죠.

물론 정치인으로서 나는 인질 생환은 두 번째 목표로 삼았다고 얘기는 할 수는 없었겠지만 네타냐후에게 가장 중요한 거는 얼마나 하마스를 많이 소탕을 하고 궤멸을 시킴으로써 이스라엘을 다시는 그런 정말 말도 안 되는 테러 조직으로부터 실존의 위협을 겪지 않도록 하느냐, 이거를 내가 뭔가를 성과를 냈다라는 거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제껏 계속 휴전 협상보다는 하마스 궤멸에 더 올인을 하면서 전쟁을 더 끌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지금 일단 휴전 상태이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완전히 전쟁이 끝난 종전 상태는 아니잖아요. 종전이 실제 되려면 최종 그림에 대한 각국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또 그런 최종 그림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와, 네타냐후 총리가 생각하는 바, 그리고 하마스는 거의 궤멸 단계라고 본다면 그 하마스를 대리할 수 있는 어떤 팔레스타인 측 세력으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그러니까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그들을 내세워서 이렇게 3자가 이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종전의 어떤 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도 좀 궁금한데요. 어떻게 보세요?

A.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최종 그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을지는 저는 굉장히 의문이 들고요.

지금 이제 1단계 휴전을 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이스라엘 측 인질이 3명이 돌아왔고 이제 팔레스타인 수감자 9명이 서안지구로 돌아갔는데 그것만으로도 제가 생각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이룰 것의 한 75% 이상을 이뤘다고 생각을 할 거예요. 엄청난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번 취임 연설에서도 얘기를 했잖아요. '내가 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1년 반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던 휴전을 내가 취임 연설하기 하루 전에 이루어냈다라고 하면서 또 굉장한 자화자찬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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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2단계, 3단계까지 가려면 가자지구의 폐허를 재건을 하고 다시 국가를 수립하는 일까지 어떤 형식으로 수립을 할 건지까지 나가야 되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큰 그림을 갖고 있지 않을 거예요.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만 보자면 '아무도 못 하던 휴전 협정 내가 했고, 그리고 가자지구 저 아름다운 지중해 앞에 관광지를 만들어서 국가를 재건하면 얼마나 아름답겠느냐' 이런 말로 마무리를 했는데 아마 그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Q. 역사에 '만약에'라는 건 없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면 오슬로 협정 때 참 아쉽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라는 것이 뭔가 실현 가능한 것처럼 그런 실제 분위기가 있었다면서요. 근데 그게 결과적으로 안 됐는데 이게 왜 안 된 거죠?

A. 1993년에 전 세계가 드디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갈등이 해결이 되는구나라고 하면서 정말 안도하고 환영을 했던 오슬로 평화 협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현대 전쟁을 통해서 빼앗은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돌려주고 그다음에 팔레스타인은 기존에 자살 폭탄 테러를 하면서 이스라엘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갔었는데 그것을 멈추겠다라고 해서 평화와 영토의 맞교환이라는, 정말 그럴듯한 그리고 왠지 해결 가능할 것 같은 이런 해법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수장들이 평화 협정 체결을 했고 당시 그 당사자들이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어요.

양측 다 이제 우리가 공존을 할 수 있겠구나, 서로 다른 나라로 그러니까 두 국가, 팔레스타인 국가, 이스라엘 국가로 이웃으로 살면서 공존하자라는 약속에 서로 서명을 했는데 왜 안 됐느냐. 늘 소위 우리가 얘기하는 이런 합리적인 평화 약속에 불만을 갖는 세력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슬로 평화 협정이 체결이 되자 팔레스타인 내부에 굉장히 강경한 세력들, 하마스와 하마스 지지자들이 누구 마음대로 이렇게 맞교환을 하느냐라고 하면서 자살 폭탄 테러를 더 심하게 합니다. 그랬더니 이스라엘 시민들로서는 이제 평화롭게 살 줄 알았는데 왜 자살 폭탄 테러 빈도가 더 높아지느냐라고 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불신이 퍼져갔는데, 또 이때를 노리지 않고 어떤 정치인들이 나타나느냐. 포퓰리스트들이 나타나죠.

대표적인 사람이 40대 정치 신인이라고 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그 당시에 정말 혜성처럼 나타나서 시민들을 상대로 '이 평화 협정, 우리에게 되게 불리하다'라고 하면서 소위 선동을 하기 시작하죠. 그때부터 이 오슬로 평화 협정이 주장하고자 하는 두 국가 해법이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정치적인 해결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Q. 하마스라는 세력에 대해서 한때 가자지구 주민들도 굉장히 지지를 보내면서 이제 이스라엘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하는 걸, 말하자면 대리 공격을 통해서 해소를 시켜주는 존재로 뭔가 추앙을 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면서는 하마스도 굉장히 부패하고 굉장히 정치적으로 탄압할 뿐만 아니라 그냥 주민들을 살해하기도 하고 이런 일도 비일비재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 가자 주민들의 입장에선 '아니, 이게 이스라엘보다도 하마스가 더 싫은 거 아니냐' 이런 여론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A. 물론입니다. 10월 7일 기습 공격을 설계했던 신와르, 신와르가 가자 주민들을 상대로 철권 통치를 정말 악랄하게 했었던 사람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자기 하마스에 대해서 반대하는 가자 주민들을 이스라엘 첩자라고 막 몰아세우면서 탄압을 하거나 이런 게 비일비재했었죠.

Q. 가자지구가 정말 잿빛으로 다 변했더라고요. 사실 휴전이 됐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일상을 복귀하고 싶어도 복귀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잖아요. 가자지구의 경제 상황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 재건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도 피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이라든가 이런 뉴스가 워낙 많다 보니까 '이스라엘은 그냥 경제 상황 괜찮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실제로 이스라엘을 다녀와 보셨잖아요.

김혜영 딥빽
A. 이스라엘 경제 상황도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물론 가자지구처럼 모든 게 그냥 무슨 회색, 잿빛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그 회색, 잿빛 가루들을 다 치우려면 21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제 이스라엘 같은 경우도 제가 텔아비브랑 그 근처를 이렇게 오갔는데 문을 닫은 가게들이 굉장히 많고 그래서 물어보면 '왜긴 왜야. 저기 주인들이 지금 계속 예비군으로 전쟁터에 왔다 갔다 왔다 갔다 2주 전쟁터에 있다가 잠깐 쉬었다가 다시 가야 되고 이러니 어떻게 장사를 해' 이런 얘기들이 많았어요.

이스라엘 하면 우리 시민들도 성지순례도 많이 가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는 예루살렘 올드시티 같은 데 가보면 관광객들이 없어요. 그러면 이스라엘이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이 잘 되냐.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뭔가 이렇게 창조적인 산업이 잘 되려면 정치적 불안정성이 없어야 되는데 그것에 가장 반대인 상황이 지금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내에 있었던 그 스타트업들이 계속 미국이나 유럽으로 빠져나간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제가 만났던 이스라엘 학자 동료가 그냥 굉장히 시니컬하게 했던 얘기는 '대신 우리 요즘 경제에서 굉장히 잘 되는 거 하나 있어. 그게 뭐냐면 온 시민들이 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기 때문에 관련 의학 분야가 지금 굉장히 발전하고 있어서 나중에 한국도 관심 있으면 한 번 투자해' 이런 식으로 얘기를 굉장히 씁쓸하게 하더라고요.

Q. PTSD인가요?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시달리고 있으니 그거와 관련한 어떤 산업은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A. 의학계가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연구개발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Q. 그렇군요. 근데 또 이 정치적 불안정성과 정말 위험한 상황을 직접 겪으셨잖아요. 그때 상황이 어떠셨어요?

김혜영 딥빽
A. 그러니까요. 제가 그때 출장을 간 것도 이제 휴전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해서 괜찮을 것 같아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만난 친구들도 '이제 하마스와 휴전이 곧 닥쳤고 우리는 이미 헤즈블라랑은 휴전을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했는데, 새벽 2~3시에 나흘 연속으로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사일이랑 드론을 쏘는 거예요.

Q. 예멘에서 이스라엘까지요?

A. 그러니까요. 그래가지고 이제 막 새벽 2~3시에 놀래가지고 사이렌이 워낙 요란하게 울려가지고 온 동네분들이 다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공통 대피소가 있고 거기까지 뛰어가기에 시간이 모자라면', 왜냐면은 사이렌이 올리고 3분 내로 머리를 감싸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면, '그냥 계단과 계단 사이의 틈에 우선 몸을 숨겨라.'

Q. 계단과 계단 사이에요?

A. 네, 거기가 가장 안전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최대한 유리로부터 벗어나야 되고, 제가 있던 지역이 텔아비브 바로 옆에 라마트간이라고 하는 지역이었는데 그곳 주택들이 옛날 것이라 방공호를 의무적으로 지어두지 않은 주택이 많이 있었어요.

사실 이스라엘의 이 요격 시스템이 훌륭해서 요격을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우선 첫째, 요격을 했을 때 그 소리, 이게 그러니까 소리라기보다는 충격이죠. 웨이브라고 하던데 그게 느껴져요. 몸이 휘청할 정도죠.

김혜영 딥빽
Q. 그 아이언돔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을 딱 요격했을 때 그게 쿵, 쿵. 정말요?

A. 그러니까 이게 소리가 아니라 정말 진동이구나라는 게 느껴지고요.

Q. 그러면 잔해들이 떨어졌겠네요?

A. 두 번째는 그 잔해가 문제라는 거죠. 그 잔해가 초등학교에도 떨어지고 그냥 민간 가옥에도 떨어지고 하면서 그거는 어떻게 막을 수가 없는 거라. 그래도 그 당시에 민간인들 피해는 크지는 않았었어요. 주로 새벽에 미사일을 쏴서 그거를 요격을 하느라 잠이 덜 깬 상태로 대피소로 뛰어가는 과정에 넘어지면서 노인들이 좀 다치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 잔해들이 떨어져서 큰 피해가 나지는 않았었어요.

Q. 그나마 다행이었네요. 말씀해 주셨지만 이제 앞으로 남은 그 과정들이 있잖아요. 휴전이 됐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불씨들이 있을까요?

A. 지금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과 관련한 가장 큰 그림은 무엇일까라고 생각을 한다면 사실 네타냐후 총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스라엘 시민들도 그럴 텐데 네버 어게인(Never again). 다시는 하마스 같은 테러 조직이 이스라엘의 민간인을 죽이거나 납치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일 거예요. 그러려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이 하마스의 잔당 세력을 끝까지 소탕을 해야 된다라는 거죠.

즉, 이게 2단계 협정이랑 관련이 된 건데, 2단계는 이스라엘의 전원 철군을 담고 있어요.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한 다음에 6주 후에 이제 2단계로 넘어갈 텐데 이제 '2단계니 이스라엘군이 전원 철수해야 돼'라고 했을 때 '과연 우리가 철수할 수 있는 단계일까'라고 서로 얘기를 할 때 '이 정도면 철수할 수 있어'라는 대답이 안 나올 것 같고요.

지금 이스라엘 측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가 2단계 휴전 관련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이어주고 있는 필라델피 회랑은 이스라엘군이 무조건 지켜야 된다라는 건데, 왜냐하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무기가 들어오고 있거든요. '그거는 우리가 컨트롤해야 된다, 이것만은 못 양보하지 못한다'라는 것이 이스라엘 측의 입장이고, 하마스로서는 '그거는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한다면 2단계 휴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할 거라는 거죠.

Q. 그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또다시 돌아가 버릴 수도 있는 거네요?

A. 그럴 수도 있는 거죠.

Q. 근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니까 각 중동 국가, 그리고 중동 세력들의 지도자들의 표정이 좀 달라진 것 같다라는 인상이 들 정도입니다. 네타냐후 총리 같은 경우는 사실 이번 휴전 합의에 굉장한 반대를 표했던 세력으로부터 극렬한 반발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니까 아무래도 좀 표정이 좋아 보이고요. 반대로 이란이나 하마스 같은 경우는 완전히 울상인 것 같고. 사우디아라비아라든가 UAE 등은 또 어떤 입장인지도 궁금한데요.

A. 우선 이스라엘부터 잠깐 또 짚고 넘어가자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내각 연정에 정말 극우 정치인들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휴전에 반대하고 있어요. 이들이 휴전을 반대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를 위협을 하는 것이 '나 연정 깨고 나가겠다.' 그러면 바로 연정이 깨지고 총선에 돌입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 휴전을 미뤄왔었던 건데 그러면 정말 '트럼프'라는 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드실 거예요.

이스라엘 내에는 많은 시민들이 네타냐후를 싫어하지만 미국의 존재는 이스라엘의 국익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가 싫어도 미국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래, 그럼 네타냐후를 어느 정도까지 봐줄 수는 있어'라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많이 있어요.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 연정 안에 네타냐후 총리를 마구 비판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 결단을 내렸었던 거는 트럼프라는 미국 뒷배가 든든하게,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르게 지켜주겠다라는 것이 있었어서 그런 결단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에 이란은 정말 앞으로 엄청나게 힘들겠죠. 지금도 잊을 만하면 트럼프 정부에서 이란을 향해 정말 얼마큼 더 고강도 제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초, 초, 초강경 제재를 하겠다, 준비하고 있다라는 얘기가 계속 들려오고 있고요.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굉장히 태연한 척하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우리는 크게 상관 안 한다라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이제 앞으로는 당분간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겠구나. 그러니 중동 내에 있는 러시아, 중국, 이런 반미 연대와 함께 계속 가야지'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갑죠.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르게 인권, 민주주의 강압하지 않을 테고요. 그리고 거래주의 얘기를 할 텐데 이들 국가들이 거래주의에 전혀 불편함이 없거든요. 그리고 오일 머니를 가지고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사면 트럼프 대통령도 역시 우리 친구라고 하면서 또 호의적으로 나올 테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트럼프의 귀환이 반가울 겁니다.

Q.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수교를 맺을 것 같다라는 뉴스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게 성사가 된다면 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건지도 좀 궁금합니다.

A. 만약에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가 된다면 가장 큰 위너, 승리자는 이스라엘이 될 테고요.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중동에서 '외톨이' 이런 나라였는데 1979년 처음으로 이집트가 국교 정상화를 했고 그다음 1994년에 요르단, 그다음 2020년에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가 또 힘을 실어주면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제 저희처럼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드디어 중동에도 옛날 구식의 민족주의, 아랍 민족주의, 유대 민족주의 이런 거 말고 그냥 안정화된 경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 다들 환영을 했었죠. 그런데 그러한 데탕트 분위기로 가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던 하마스가 바로 기습 공격을 하면서 모든 게 멈췄었던 건데 이제 그거를 다시 시작하자라는 거라서 이스라엘이 가장 반길 테고요.

사우디는 사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없었더라면 더 편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굉장히 많이 죽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랍 수니파의 대표국이라고 하는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렇게 죽었는데 덥석 이스라엘이랑 수교를 하겠다라고 하기에는 약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이스라엘이랑 사우디가 수교를 할 겁니다. 대신 사우디가 중재국인 미국에게서 엄청나게 큰 선물을 받아야겠죠.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정상화를 한다면 여기에 걸맞은 선물을, 특히 안보 협정 같은 것이겠죠. 대대적인 선물을 중재국인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안겨줘야 될 것이고 저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Q. 혹시 안보 협정에 들어가는 것들 중의 하나가 우라늄이라든가.

A. 그런 것도 들어가죠. 그러니까 사우디 사람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우리도 미국과 나토,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같은 협정하게 해달라라고 하면서 그 안에 우라늄 농축 관련한 것도 얘기를 합니다. '아니, 이란이 저만큼 핵 기술을 발전시켰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라고 하면서 그것도 강력하게 요구를 할 겁니다.

사우디가 아마 우리보다 먼저 미국이랑 원자력 협력 협정을 맺을 거예요.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후인가 뭐 이럴 텐데 서로 굉장히 눈치 봐요. '쟤네는 뭘 얻었지? 그럼 우리는 사우디와 미국과의 협정을 보고 우리는 미국과 협정할 때 뭘 요구하지' 이러면서 계속 어깨 너머로 지켜본다고 하더라고요.

Q. 센터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 중동의 상황을 우리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는 어떤 이유라든가 아니면 이 중동의 상황이 한국에 어떤 주는 함의, 그리고 어떤 영향이랄까요? 좀 여쭙고 싶습니다.

김혜영 딥빽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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