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오늘(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 기소를 요구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51일 만이자, 윤 대통령을 구속한 지 나흘 만입니다.
공수처는 오늘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기소하려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합니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습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사법 절차에 불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계속 조사를 시도하기보다는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이 그간 수사 상황을 종합하고 필요한 사항을 추가 조사하는 것이 사건 진상규명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송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검찰 및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자체 확보한 증거를 종합해 기소를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투입하길 원한 병력 인원 규모와 추가 비상계엄 언급 등에 대한 다수 증거를 자체 조사 과정에서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공수처는 오늘 이런 증거를 포함한 수사기록 전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통한 전자 방식은 물론 실물로 검찰에 송부했습니다.
기록 분량은 69권으로 총 3만 페이지가 넘는 수준입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습니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습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법리 검토 등 수사에 착수했고, 이튿날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받아 윤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처장, 차장, 부장 2명, 평검사 9명, 수사관 24명 등 사실상 공수처 수사 인력 전부를 투입해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수사에 뛰어든 검찰이 지난달 8일 내란 핵심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해 구속하자 공수처는 중복 수사를 방지하고 효율적 수사를 위해 사건을 넘기라며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습니다.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근거한 조치였습니다.
그 사이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를 꾸렸고,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검찰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출석 요구를 마친 상태였지만, 결국 지난달 18일 협의 끝에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공수처는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을 10시간 40분간 조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발동 요건을 판·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만 남긴 채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을 구속한 공수처는 거듭된 출석 요구 불응에 강제구인과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까지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이 변호인 접견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전날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경호 구역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불발됐습니다.
결국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1차 구속 기간으로 자체 계산한 28일보다 닷새 빠른 오늘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검찰과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인 구속기간을 열흘씩 나눠 쓰되, 공수처가 열흘보다는 일찍 검찰에 기록을 송부하기로 사전에 협의한 상태였다고 공수처는 밝혔습니다.
여기에다가 체포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가 이어지면서 정확한 구속기간 셈법이 분분한 상황에서 자칫 실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송부 시기를 판단했다는 게 공수처 설명입니다.
공수처는 "국수본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수본에 대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고, 체포영장 집행 때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지원해서 법 집행을 완수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 관계자들 사건을 계속 수사할 예정입니다.
공조본 체제도 계속 유지합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조만간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한 뒤 다음 달 5일을 전후해 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