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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 제압하려 쏜 경찰 총에 맞은 행인…국가가 2억 배상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1.20 07:24|수정 : 2025.01.20 07:24


경찰이 맹견을 제압하려고 쏜 총에 잘못 맞아 다친 행인에게 국가가 치료비와 위자료 등 2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서울고법이 판결했습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 국적 A(6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A 씨에게 2억 1천7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앞서 1심은 2억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2심 배상액은 다소 늘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인근에 편의점과 인도, 횡단보도가 있어 사람의 통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장소"라며 경찰의 총기 오발 등에 따른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씨도 전방을 잘 살피며 보행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90%만 인정했으나, 2심은 "보행자 입장에서 민간인 총기 사용이 금지되고 공권력에 의한 총기 사용도 매우 드문 대한민국의 제도적 환경상 경찰관이 인도에서 총기를 사용할 것이란 점을 예견하기 쉽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국가 책임 비율을 95%로 높였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경기 평택시에서 맹견으로 분류되는 핏불테리어가 행인과 애완견을 문 뒤 민가에 침입하자, 이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발사해 맞췄지만, 잠시 쓰러졌던 핏불테리어는 다시 일어나 도망쳤습니다.

경찰은 테이저건이 방전되자 사살하기로 결정하고 총을 쐈지만, 총탄이 빗나가 바닥에 부딪힌 뒤 튕겨 나가 길을 지나던 전직 미군 A 씨의 우측 턱부위를 관통했습니다.

총을 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재판도 받았으나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사진=서울고법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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