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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속 시위복 '은박 담요'…"우주전사라 할 만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1.10 05:14|수정 : 2025.01.10 05:14


▲ 대통령 퇴진 집회 계속되는 한남동

최근 강추위 속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현장이 '은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많은 참가자가 추위를 막고자 은박 담요를 뒤집어쓰면서 벌어진 풍경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담요를 두른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이 마치 미국의 유명 초콜릿 '키세스'와 닮아 '키세스 시위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리 따뜻해 보이지 않는 이 은색 담요가 최근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은박 담요는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알루미늄 박막을 입혀 만든 것을 말합니다.

'우주 담요'(Space blanket), '비상 담요'(Emergency Blanket)라고 불리는 은박 담요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달 탐사 계획을 위해 1964년 최초 개발했습니다.

극도로 차가운 우주 환경에서 우주비행사와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은박 담요는 신체의 복사열을 이용해 보온 효과를 만듭니다.

복사열은 전자기파 형태로 전달되는 열에너지로, 물질의 매개 없이 열을 내보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질이 맞닿아있을 때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전도', 기체·액체의 흐름을 통해 열이 전달되는 '대류'와 달리 온도가 있는 모든 물체는 복사열을 냅니다.

예컨대 추운 겨울 사람이 많은 방이 사람이 없는 방보다 따뜻한 것은 신체의 복사열 덕분입니다.

은박 담요가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건 복사 에너지 반사율이 높고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게시글에서 "은박이라고 하지만 사실 은이 아니라 알루미늄"이라며 "알루미늄은 지각에 가장 많은 금속이라 은보다 싸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캠핑, 재난 구호, 응급 구조, 스포츠 등 목적으로 널리 쓰입니다.

NASA는 홈페이지에서 은박 담요를 소개하며 "체온의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해 경주를 마친 후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도 사용한다. 야외용 의류와 침낭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휴일을 맞아 한라산을 등반한 한 경찰이 탈진한 관광객을 구조하며 갖고 있던 은박 담요를 덮어준 일화가 있으며,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된 부상자들에게 은박 담요가 지급된 바 있습니다.

은박 담요는 시중에서는 1장당 500∼1천 원가량으로 판매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성촌 서울119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팀장은 "은박담요는 휴대하기 편하고 응급 상황 시 유용하다. 주로 등산하다 조난 당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이들에게 사용하고 있다"며 "외부의 열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없기 때문에 온열 기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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