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경축공연을 열고 다음 날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를 녹화중계했는데, 여기에 김여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도착하기에 앞서 간부들이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경기장 바깥 대기석에서 다과를 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간이 테이블에 앉아 다과를 들며 서로 인사를 하는 모습들인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전 총리, 조용원 조직 비서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부인과 함께 행사장에 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해맞이 공연이었던 만큼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오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 중간에 김여정이 남자아이, 여자아이와 함께 경기장 바깥을 걷는 모습이 잠깐 나타납니다. 행사 시작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간부들이 모여 있는 대기석 방향으로 가는 듯한 모습인데, 가족 동반 행사였던 만큼 김여정의 자녀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통일부는 이 아이들이 김여정의 자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지만, 국정원은 아이들이 김여정의 자녀라는 쪽에 상당한 무게를 두는 입장을 지난 3일 언론에 공지했습니다. "기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를 감안 시 사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에 있음"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기존에 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국정원은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여정이 그다음 달, 즉 5월에 출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김여정이 2018년 2월 김정은의 특사로 남한을 방문했을 당시, 정부 소식통은 김여정이 임신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김여정에게는 2015년생과 2018년생 자녀가 있는 셈입니다.
김여정의 남편은?
그렇다면, 김여정의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김여정의 남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했지만 그래도 신빙성 있는 정보라면 앞서 언급했던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보고한 내용입니다. 당시 국정원은 김여정의 남편이 김일성대 동기생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여정이 자녀들을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이는 2025년 신년경축공연에 김여정의 남편은 오지 않았을까?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여정의 남편이 행사장에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행사장에 도착해 간부들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때 화면의 외곽 쪽에서 김여정이 다시 포착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김여정은 아이들 없이 혼자 있는 모습입니다. 또,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귀빈석을 비춘 장면에서 김여정이 앉은 모습이 포착되는데, 이때에도 김여정은 혼자 앉아 있습니다.
10살 미만의 어린아이들만 다른 곳에 따로 앉혀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 김여정의 남편도 행사장에 같이 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김여정의 남편도 신년경축공연 행사장에 온 것이라면 조선중앙TV가 김여정의 남편이 찍힌 화면은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에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놓고 김여정의 남편과 관련된 추정이 나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급성장내성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에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의약품을 기증했다고 보도했는데, 대표적으로 조용원, 리일환, 김여정, 현송월의 이름을 거명했고 관련 사진들도 게재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당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용원 비서와 리일환 비서는 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부인과 함께 의약품을 만지는 모습이, 현송월은 혼자 의약품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김여정은 한 남자에게 의약품 상자를 건네주는 듯한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쓴 채 옆모습이 찍혀 있어 정확한 얼굴은 알 수 없는 상태였는데, 조용원이나 리일환이 부인과 함께 등장했던 것으로 볼 때 김여정도 남편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정보당국은 이 남자가 김여정의 남편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왜 김여정 자녀(추정)를 공개했을까
북한의 로열 패밀리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은 왜 김여정의 자녀(추정)를 화면에 노출시켰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자녀와 김여정의 자녀 모습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여정의 자녀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해 경기장 바깥쪽을 통해 어디론가 이동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하는 귀빈석에서 김여정의 모습만 보이고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귀빈석에 앉았던 반면 아이들은 아마도 아빠와 함께 귀빈석 바깥에 앉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고, 김정은의 팔짱을 낀 채 고위 간부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김주애는 김정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김정은의 자녀와 김여정의 자녀는 사실 사촌지간인데, 김주애는 후계자로서의 정상급 대우를 받은 반면 김여정의 자녀들은 그냥 일반 간부 자녀 수준의 대우를 받은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