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노동 판치는 자원 천국…"여기선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죠"

"내 아기들을 데려가 줘서 신께 감사합니다. 여기선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죠."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잠비아 국경 일대에 사는 여성 노동자 프리실이 한 말입니다.

그녀는 코발트를 채굴하며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갑니다.

남편도 채굴장에서 함께 일했지만 1년 전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아이를 가져보려 했지만 두 차례나 유산했다고 합니다.

프리실이 유산을 차라리 다행이라 한 이유는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이 신산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아동노동이 일반적입니다.

대여섯 살만 되면 부모를 도와 코발트 채굴 현장에 나갑니다.

녹슨 삽을 들고 땅을 파고, 무거운 돌덩이를 나릅니다.

어린 여성들은 현장에 나갔다가 광부와 장사꾼,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고생하며 일해도 온 가족이 손에 쥐는 돈은 하루 1~2달러가량입니다.

이 때문에 한 달에 5~6달러나 하는 초등학교 수업료를 내줄 형편의 가정은 이 지역에 거의 없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는 프리실과 같은 이들이 많습니다.

국민의 웰빙 정도를 측정하는 유엔인간개발지수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은 189개국 중 175위입니다.

인구의 4분의 3이 빈곤선(poverty line) 이하로 살아가고, 3분의 1은 식량 불안에 허덕입니다.

기대수명은 60.7세로, 전 세계 평균(71.4세)보다 한참 낮고, 아동 사망률은 세계 11위에 달합니다.

깨끗한 식수 접근성은 26%, 전력화는 9%에 불과합니다.

많은 아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노동 현장으로 출근합니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이 그렇게 어렵게 살만한 나라는 아니라고 영국 노팅엄대 싯다르트 카라 교수는 지적합니다.

보유한 자원이 엄청나다는 점에서입니다.

카라 교수가 쓴 신간 '코발트 레드'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에는 다이아몬드와 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산업용 구리, 주석, 아연, 은, 니켈, 텅스텐, 고무가 넘쳐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와 휴대전화 배터리의 주원료인 코발트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코발트가 풍부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72%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됐습니다.

아이러니는 이처럼 풍부한 자원에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자원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서 동시에 "지구상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악랄하게 착취당하지 않았다"고 꼬집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벨기에 왕 레오폴트 2세(1835~1909)는 식민지 콩고에서 상아와 구리 등 수많은 자원을 수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노동착취와 고문,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레오폴드 통치 기간, 콩고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1천300만 명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죽었습니다.

1960년 독립 이후에도 콩고인의 비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탈 주체만 벨기에에서 거대자본과 콩고 독재자들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중국과 서구의 거대 자본과 콩고 독재자들이 결탁하면서 악랄한 노동착취는 계속됐습니다.

풍부한 자원은 거대 자본가들과 독재자들의 배만 불렸을 뿐입니다.

상당수 국민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독성물질, 방사성물질 노출과 환경오염 탓에 사망하는 이는 콩고 광산지역에서만 연간 수천 명에 달했습니다.

사고도 잦았습니다.

2018년 10월 피지 지역에 있는 미시시 마을에선 탄광이 무너져 30명이 죽었고, 2019년 9월에는 코발트 채굴 현장인 카밀롬베에서 터널 붕괴로 성인 남성 63명과 소년이 생매장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개처럼 죽어가고 있어요." 저자는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이 겪는 이 같은 고초는 구조적인 원인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즉, 이권에 눈이 먼 정부 관계자들, 전방산업체인 광산업체, 후방산업체인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애먼 콩고 광산 노동자들만 고통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광부들에게서 이익을 취하고 있지만, 공급망의 어느 누구도 이들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곳에서 죽은 모든 이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중요한 건 전리품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