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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시아산 가스 유럽 공급 새해 첫날 중단

정성진 기자

입력 : 2025.01.01 22:11|수정 : 2025.01.01 22:11


▲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로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새해 첫날인 오늘(1일) 중단됐습니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일로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도 "모스크바 시각으로 1일 오전 8시를 기해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를 통한 공급이 중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프롬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의 5년 사용 계약을 전날 종료하고 갱신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말 러시아와의 전쟁 개전 뒤에도 이 계약을 유지하면서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여러 유럽 국가로 보냈습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가스 판매를 저지하고 나선 것입니다.

두 교전 국가의 이 계약으로 러시아는 가스 수출 수입을, 우크라이나는 운송료 수수료를 챙겨왔습니다.

계약이 종료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연간 약 8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1천774억 원의 운송료 손실을, 러시의 가스프롬은 가스 판매 감소로 약 50억 달러, 우리 돈 약 7조 3천59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조치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수송 중단은 러시아 연방이 아닌 EU의 우리 모두에게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슬로바키아 국영 가스업체 SPP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비해 독일과 헝가리를 경유하는 가스관 등 대체 경로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가스를 공급할 준비를 마쳤으나 추가적인 운송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공급 중단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번 중단은 예상된 일이어서 이에 대비해왔다"며 "유럽의 가스 인프라는 충분히 유연해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된 가스를 대체 루트를 통해 중·동부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가스공급 중단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하면서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산 가스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내 점유율은 한때 35%까지 높아졌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관인 벨라루스-폴란드 경유 가스관이 전쟁 발발 한 달 뒤 가동이 중단됐고 발트해를 지나는 노르드스트림 역시 2022년 의문의 폭발사고로 폐쇄됐습니다.

2018년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량은 연간 2천10억㎥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약 320억㎥로 추산됩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수송이 중단되면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투르크스트림을 통한 러시아의 가스 수출은 계속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2020년 공식 개통된 투르크스트림은 크림반도 동쪽 러시아 아나파에서 출발해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와 그리스 등 남동부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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