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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농담 소재로 쓰세요"…권위주의와 나르시시즘의 명약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4.12.24 09:00|수정 : 2024.12.24 09:00

[뉴욕타임스 칼럼] Pope Francis: There Is Faith in Humor by Pope Francis


교황
 

*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자, 로마의 주교다.
 

인생에는 필연적으로 슬픔이 존재한다. 이는 모든 희망의 길과 개종의 길에서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다.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울함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그 우울함이 마음을 좀먹지 않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울함에 빠져드는 것은 성직자들조차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불행히도 권위적이기보다는 권위주의적이고, 교회와 결혼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노총각, 목자라기보다는 공무원에 가깝고, 기쁨을 전하기보다는 거만해 보이는, 슬프고 비뚤어진 성직자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역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성직자들은 보통 유머를 즐기고, 자신만의 농담이나 우스운 이야기를 많이 지니고 있다. 재미난 이야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농담의 소재가 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교황들도 마찬가지다. 익살스럽기로 유명한 요한 23세는 한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밤에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아침에 교황과 대화를 나눠야지 하고 용감하고 단호하게 마음을 먹죠. 그런 다음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면... 그 교황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너무나 이해가 가는 이야기다. 요한 바오로 2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이티와 추기경이던 시절, 콘클라베 예비 회의에서 나이가 많고 다소 엄격한 한 추기경이 그가 스키와 자전거를 타고 등산과 수영을 한다며 질책한 적이 있다. 나이 든 추기경은 그에게 “이런 활동은 당신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고, 미래의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폴란드에서는 추기경의 50%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당시 폴란드에는 추기경이 단 두 명뿐이었다.

아이러니는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밝히고 끌어올리는 약과도 같다. 자기 조롱은 나르시시즘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쉬지 않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을 그리고 응시하지만, 거울 앞에 선 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은 자기 자신을 비웃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이롭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죽은 사람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뿐이라는 옛말이 진실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예수회가 하는 농담, 그리고 예수회에 대한 농담은 일정한 경지에 도달했다. 이탈리아의 특수 경찰대인 카라비니에리나 이디시 유머에서 유대인 어머니에 대한 농담 정도는 되어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자기 아이러니로 예방 가능한 나르시시즘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던 허영심 넘치는 예수회 수사에 대한 농담이 떠오른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그가 신께 물었다. “하느님, 저의 때가 왔습니까?”

“아니다, 너는 앞으로 최소 40년은 더 살 것이다.” 신이 대답했다. 심장 수술 후 그는 그 40년을 최대한 누리자는 마음으로 모발 이식, 리프트 시술, 지방 흡입, 치아 및 눈썹 시술 등을 받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병원을 나서자마자 그는 차에 치여 사망하고 만다. 신을 만난 그가 항의했다. “하느님, 제게 40년은 더 산다고 하셨잖습니까!” 신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이쿠, 미안하다. 내가 그만 너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예수회 수사들은 나에 대한 농담, 즉 ‘미국에 간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방문을 위해 뉴욕 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대한 리무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교황은 그 웅장한 화려함에 조금 당황했지만, 직접 운전해 본지 꽤 오래됐고, 특히 이런 종류의 차량을 몰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 교황은 리무진을 바라보며 운전사에게 물었다. “내가 직접 몰아봐도 되겠는가?” 운전사가 답했다. “성하, 정말 죄송합니다. 규칙과 규정이 있어서 그렇게는 안 됩니다.”

하지만 교황이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어떤지 다들 알지 않나. 교황은 운전사가 포기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은 운전석에 올라타 넓은 고속도로에 들어섰고, 운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올렸다. 시속 50마일, 80마일, 120마일... 결국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경찰차가 리무진을 길가로 불러 세웠다. 짙게 선팅된 창문 너머 젊은 경찰관이 등장한다. 다소 긴장한 교황이 창문을 천천히 내리자, 경찰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는 경찰차로 돌아가 상사에게 전화를 건다. “서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인가?” 상사가 답했다.

“제가 과속 차량을 세웠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가? 시장인가?”

“아닙니다... 시장보다 더...”

“시장보다 더 높은 사람이면 주지사인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설마 대통령은 아니겠지?”

“제 생각에는 대통령보다 더...”

“아니,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어딨나?”

“사실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그 사람이 교황을 운전사로 부리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해 어린아이가 될 것을 촉구하는 복음(마태복음 18:3)은 우리에게 미소 지을 능력을 되찾으라고 말한다.

오늘날 내게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어린 시절 나에게 웃는 법을 알려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아이들이 나의 멘토다. 아이들과의 만남이야말로 나를 설레게 하고 가장 행복하게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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