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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123편] 비상계엄 상황에서 치렀던 월드컵에서 벌어진 일…군사 정권의 우승 프로젝트

최희진 기자

입력 : 2024.12.19 16:16|수정 : 2024.12.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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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머그의 스포츠야사 토크 프로그램 '별별스포츠 시즌2' 과거 스포츠에서 있었던 별의별 희한하고 기괴했던 일들을 스포츠머그 최희진 기자와 스포츠기자 경력 34년인 SBS 스포츠취재부 권종오 기자가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비상계엄 하에서 열렸던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군사 독재정권의 개입으로 얼룩졌습니다. 1976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대통령은 자국에서 열리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인권 탄압과 독재, 경제난으로 흉흉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반전카드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우승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측근을 대회 조직위원장에 임명하고 우승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8강 리그에서 페루에 4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만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를 해냈습니다. 후반 5분 만에 4대 0 리드를 잡았고, 이후에도 2골을 추가해 6대 0 대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경기 시간도 유리하게 잡았고, 이례적으로 경기 전에 비델라 대통령이 페루 대표팀 라커룸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공포 분위기 속에서 페루 선수들은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골득실에서 밀려 결승 진출이 좌절된 브라질 언론들은 승부조작과 선수 매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페루가 4골 차 이상으로 져주는 대가로 아르헨티나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사자인 아르헨티나는 당연히 이를 부인했고, 페루 선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각종 의혹 속에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를 3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서도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졌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군사 정권의 개입으로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으로 꼽히는 이 대회를 별별스포츠에서 소개합니다.
 
(구성 : 최희진 / 영상취재 : 김현상·주용진 / 편집 : 한지승 / 디자인 : 최흥락 / 인턴 : 이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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