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기관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인데요, 특히 윤석열 대통령 신병 확보 경쟁이 치열합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중복으로 출석 요구를 하면서,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조사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죽어가는 권력'에는 하이에나처럼 덤벼드는 모습입니다.
공조본, 윤 대통령 출석요구서 직접 전달 시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수사관들이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출석요구서를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비서실에서 받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업무가 비서실의 업무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관저로 이동해 전달할 예정입니다.
- 공수처 수사관
수사관들은 이어 한남동 관저로 갔지만, 여기서도 퇴짜를 맞았습니다.
공조본 관계자는 "대통령실, 관저에서 둘 다 수령 거부를 당해 인편 전달을 못 했다"며 "경호처는 자신들 업무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대비해 공조본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에 특급등기를 통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해 놨다고 합니다.
인편으로 전달하는 게 불발됐지만, 출석요구서 전달에는 문제 없다는 겁니다.
출석요구서에는 모레(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로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적시됐습니다.
공조본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수사협의체입니다.
검찰도 소환 통보…두 번째 통보
공교롭게 검찰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도 오늘(16일) 윤 대통령 측에 출석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검찰의 출석 요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검찰과 공조본이 수사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통령 소환은 검찰이 한 발 빨랐던 겁니다.
검찰의 1차 소환 통보는 지난 11일 있었다고 하는데요,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게 피의자로 출석을 통보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변호사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의 1차 소환 통보 다음 날인 12일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이 담화의 배경에 1차 소환 통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중략)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윤 대통령 담화, 12월 12일
검찰은 윤 대통령이 이번 계엄 사태의 총책임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직무 권한을 넘어 직권을 남용한 조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 생중계…경쟁 과열 탓?
검찰과 공조본이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과정이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공조본은 인편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미리 언론에 알렸습니다. 사후에 피의자 출석 일정을 알리거나, 아예 비공개로 피의자를 소환조사하던 수사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수사관들이 출석요구서를 들고 대통령실과 관저를 찾아가는 과정, 비서실이나 경호처에서 출석요구서 수령 거부하는 과정 등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됐습니다.
공조본의 인편 전달 시도가 관점에 따라서는 검찰과의 수사 경쟁을 의식한 '보여주기' 이벤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검찰은 경찰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긴급체포를 불승인했습니다. "군사법원법의 재판권 규정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지만, 경쟁 구도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문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칼날이 무디고 무뎠던 수사기관들이 '죽어가는 권력'에는 하이에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권력은 죽어도 이번 기회에 조직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생존 본능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 신병 확보 경쟁 치열
수사기관 샅바 싸움의 정점에는 윤 대통령 신병 확보 경쟁이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 8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자, 경찰은 9일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할 수 있다", 공수처는 11일 "윤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출석요구서도 이중으로 전달된 상태입니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가운데 특정한 곳을 택해 출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습니다. 유리한 수사기관을 골라 출석하는 '수사기관 쇼핑'이 현실화하는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