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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대한체육회장에 재벌 총수…이기흥 불출마 종용"

권종오 기자

입력 : 2024.12.13 11:17|수정 : 2024.12.13 11:17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부가 차기 대한체육회장에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를 밀기로 하고 이기흥 현 회장에게는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13일 "2024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인 9월 초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기흥 현 회장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면서 다른 고위직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취재 결과 정부가 제시한 자리는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등 여러 고위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했던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체육 단체장을 역임했던 대기업 총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어제(12일) 국내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부가 내정한 후보가 있으니까 불출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회장은 "정부로부터 굉장히 큰 총재직 제안을 몇 번 받았다. 하지만 전문성도 없고 다른 분야에 가서 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서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1년 전 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고 있던 이기흥 회장은 국무총리실이 수사 의뢰를 하기 전날, 마지막 회유이자 압박이 들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11월 9일 세 번 전화를 받았다. 누굴 도와주고 회장님은 빠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전화였다. (거절하니까) 그 다음 날 국무총리실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기흥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부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정부가 특정인을 밀기로 하고 현 회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율성 침해는 물론 선거 방해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14일에 열리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 연임을 노리는 이기흥 회장은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24일 이전에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정부의 행태에 관련된 추가 폭로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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