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정보 '꼼수' 수집해 마케팅 활용 손보사 4곳에 92억 과징금

고객 개인정보를 꼼수를 부려 수집하고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주요 자동차 손해보험사들이 과징금 92억여 원 등을 물게 됐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제(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12개 손보사에 이 같은 규모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의결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이번 처분 대상에 오른 손보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캐롯손해보험 등입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자동차 손해보험사들이 과도하게 고객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보도에 따라 정보주체의 권리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작년 8월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현대해상, 악사손보, 하나손보, 엠지손보 등 4개 사는 상품소개를 위한 동의란에 미동의로 표시한 이용자를 상대로 선택 변경을 유도하는 팝업창을 운영해왔습니다.

팝업창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제공'의 표현이나 동의에 필요한 법정 고지사항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이용자는 마케팅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용자가 재유도 창에서 '확인(동의)' 버튼을 누르면, 개인정보 수집·이용뿐 아니라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과 광고성 정보 수신을 모두 한꺼번에 승낙한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4개 사가 이처럼 재유도 창을 운영한 기간에 이용자의 마케팅 동의율은 30%포인트(31.4%→61.7%) 급증했고, 재유도 창을 삭제한 후에는 35%포인트(62.9%→27.6%)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개인정보는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치아보험 등 해당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다른 보험 마케팅에도 활용됐습니다.

특히 자동차보험에만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 약 3천만 건의 마케팅에 쓰였고, 이 때문에 위반 기간(2022년 7월∼2023년 9월)에만 이와 관련한 스팸 신고 1만 5천여 건이 접수됐습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