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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로 쪽방촌 화재'…옆방 번져 노인 숨지게 한 60대 금고 1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12.12 07:49|수정 : 2024.12.12 07:49


▲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화재로 숨진 전주 다가구주택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이 모여 사는 다가구주택에 불을 내 세입자를 숨지게 한 60대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중과실치사 및 중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A(69) 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금고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오늘(12일) 밝혔습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두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입니다.

A 씨는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쯤 전주시 한 다가구주택에 불을 내 1층에 살던 B(69) 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이 화재는 A 씨가 무심코 던진 담뱃불에서 비롯됐습니다.

평소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는 이날도 흡연 이후 담배꽁초를 침대 옆 재떨이에 던지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담뱃불은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와 만나 금세 큰불로 번졌습니다.

불은 어느덧 A 씨의 옷이 걸린 벽과 천장, 복도까지 옮겨붙었고 건물 전체로 확산해 다른 방에서 잠자던 세입자들까지 덮쳤습니다.

세입자 대부분은 매캐한 연기를 맡고 밖으로 대피했으나 하필 맨 끝방에 있던 B 씨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불로 B 씨 외에 다른 세입자도 다쳤으며, 주택 전체가 타 9천6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이 주택은 방 하나당 몸을 간신히 누일 수 있는 6.6㎡(2평)로 주로 일용직에 종사하는 세입자들이 모여 사는 비좁은 '쪽방촌'이었습니다.

숨진 B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당시 나머지 세입자들이 빠져나올 때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B 씨는 혼자 힘으로 좁은 방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화재의 고의는 없었다면서도 "세입자가 숨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금고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면서, A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면서 각각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중과실로 여러 사람이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2명이 숨지거나 다친 게 명백하다"며 "범행의 경위, 피해 정도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검사와 피고인이 양형부당 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1심에서 이미 충분히 참작했으므로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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