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무명 시절 때 친한 지인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5만 원밖에 못 내서 미안한 마음에 밥을 먹지 않고 결혼식장을 나왔다는 고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 연예인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고민하는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입니다.
청첩장을 접할 때마다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아니면 중간 수준인 7만 원을 낼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눈치'를 보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축의금 적정액을 찾아본다는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축의금에는 사라지고 '돈 거래'라는 형식만 남아 청첩장이 '고지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축의금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축하 관행입니다.
축의금을 내는 건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순 없습니다.
축의금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면 마음을 담은 편지나 정성을 담아 만든 선물로도 충분합니다.
결혼식 참석 여부를 떠나 축의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김영란법에는 축의금이 5만 원으로 한정돼있습니다.
각종 설문 조사 등을 분석해보면 일반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축의금을 낼 때는 5만~10만 원 정도 액수를 내는 게 사회적으로 통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친한 사이일 경우 축의금 액수가 10만 원을 넘는 게 전반적인 사회적 추세로 파악됩니다.
현대 결혼식에 동반되는 축의금, 이른바 '부조(扶助)'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생겼을까?
혼례를 서로 챙기는 관습은 수백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일손이나 현물로서 돕는 '품앗이' 성격을 갖고 있어 지금처럼 받은 금액만큼 돌려주는 '거래' 의미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부조란 혼례 등에 돈이나 재물을 보내 축하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17세기 초 학자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旅軒集)에 '계원 중에 남혼여가(男婚女嫁)가 있으면 법식에 따라 혼인에 필요한 물건을 돕도록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혼례에 필요한 물품으로서 '부조'가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현물 대신 현금을 주는 부조가 등장한 시점은 18세기쯤으로 추정됩니다.
역관 홍우재의 '동사록'과 정약용의 '다산 시문집'에 "현금으로 부조했다"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후 구한말 왕실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하던 공인 지 씨가 쓴 '하재일기'(荷齋日記)에도 각종 혼례와 상례·제례에 돈과 물품을 부조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1900년대까지도 여전히 결혼 축하는 대부분 현금이 아닌 물품으로 이뤄졌습니다.
제주도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 결혼식에 곡식으로 부조했고, 경상북도에서도 쌀·감주·술 등을 줬습니다.
현재와 같은 현금 형태의 축의금이 등장한 것은 1970년~1980년대입니다.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결혼식장의 부조록에 물품 대신 축의금 액수가 적히기 시작했습니다.
식장 입구에는 축의금 접수대가 등장했고 1990년대부터는 결혼식에서 축의금이 보편화됐습니다.
2020년대 들어 축의금을 직접 봉투에 담아 건네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계좌이체로 송금하거나 소셜미디어(SNS) 송금 서비스를 통해 보내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늘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축의금 송금 봉투 활용률은 최근 5년 새(2019~2023년) 360%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밥이나 자장면값과 마찬가지로 시대 변화와 물가 상승에 따라 축의금 액수도 꾸준히 올랐습니다.
2001년 SK가 사내 임직원 106명을 대상으로 '회사 동료, 상사, 후배, 거래처 등 공적 관계'일 경우 결혼 축의금을 설문했더니 전체의 45%가 3만 원이 적당하고 답했습니다.
1만∼2만 원이 전체의 40%, 4만∼5만 원은 11%, 5만 원 이상은 4%로 조사됐습니다.
'친구나 친척'일 경우 액수는 3만 원이 38%, 4만∼5만 원이 26%, 5만 원이 19%, 1만∼2만 원이 17% 순이었습니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친척 이외의 결혼식에 내는 축의금 액수는 3만-5만 원이 가장 많았습니다.
2005년 한국갤럽이 전국(제주도 제외)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5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친척 이외의 축의금으로 얼마를 내느냐는 질문에 '3만 원 초과 5만 원 이하'를 내는 응답자가 52.0%로 가장 많았고 '3만 원 이하'(44%), '5만 원 초과'(3.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평균 축의금은 4만 2천 원으로 2001년의 3만 6천 원, 1994년의 2만 8천 원보다 늘었습니다.
2017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남녀 438명에게 '적정 축의금 액수가 얼마인가'라고 물어보니 전체의 58%가 '5만∼7만 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3만∼5만 원'(25%), '7만∼10만 원'(6%), '10만∼13만 원'(5%) 순이었습니다.
축의금 액수는 '친밀도'(79%)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대학생·구직자·직장인 등 1천177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축의금 적정액을 설문해보니 알고 지내는 동료에는 5만 원, 친한 사이에는 10만 원 이상이 적당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같은 팀이지만 덜 친하고 협업할 때만 보는 직장 동료, 가끔 연락하는 친구나 동호회 일원 등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는 5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각각 65.1%와 63.8%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직장 동료에게는 10만 원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63.6%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KB국민카드가 고객 패널 '이지 토커' 400여 명을 설문했더니 알고 지내는 사이일 경우 축의금을 5만 원 이하를 낸다는 응답이 53%였고, 5만 원 초과 10만 원 이하를 낸다는 응답은 44%였습니다.
친한 사이에는 5만 원 초과 10만 원 이하(52%),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29%)가 많았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축의금 송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평균 축의금 비용은 9만 원이었습니다.
2021년 평균 7만 3천 원, 2022년 평균 8만 원, 지난해 평균 8만 3천 원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평균 축의금은 6만 원, 30~40대는 10만 원, 50~60대는 12만 원이었습니다.
나이와 무관하게 적정 축의금이라고 생각하는 액수는 10만 원이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진행한 투표 참여자 7만 4652명 중 58%가 10만 원을 적정 축의금으로 선택했습니다.
최근에는 결혼식 참석 여부에 따라 축의금 액수도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면 식사하게 되는데 식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축의금만 계좌로 보내고 결혼식에는 안 가는 게 혼주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올해 하반기에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축의금'을 설문해보니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내겠다는 축의금은 '평균 8만 6천 원'이었습니다.
불참할 경우에는 '평균 6만 원'이었습니다.
참석하지 않는 경우는 직접 갈 만큼의 친분이 아니거나, 결혼식장에서 식사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평균 금액이 더 적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당사자와의 친분 및 알고 지낸 시간'을 택한 비율이 86.8%로 1위였습니다.
이어 '향후 내 결혼식에 참석할 사람인지 여부(5.6%)', '결혼식 장소 및 식대(5.4%)', '실물 청첩장의 전달 여부(2%)' 순이었습니다.
웨딩업계는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식대가 축의금 액수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 결혼식장의 식대는 평균 5만∼8만 원 선이며 호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1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더구나 결혼식장의 식비 또한 물가 상승률에 맞춰 매해 오르는 추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KB국민카드 조사에 따르면 축의금 준비 시 고려 사항으로는 '결혼식장 갈 때 동반자가 있으면 축의금을 더 낸다'는 응답이 전체의 76%, '식사비가 비싼 곳이면 축의금을 더 낸다'는 61%로 동반자 여부와 결혼식장 식대가 축의금 액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이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이메일로 조사해 작성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축의금은 결혼식에 가지 않고 봉투만 보낸다면 5만 원, 직접 참석한다면 10만 원을 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지인 결혼식에 축의금 얼마를 내느냐'는 질문에 직접 참석하는 경우는 10만 원을 낸다는 응답이 67.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5만 원이 16.9%, 20만 원이 8.6% 순이었습니다.
참석하지 않고 봉투만 전하는 경우엔 5만 원을 내겠다는 응답이 52.8%로 가장 높았습니다.
평균 액수는 불참할 경우 8만 원, 참석하는 경우에 11만 원이었습니다.
결혼식 축의금의 액수를 정하는 기준으로는 모든 연령대가 사회적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20·30대의 결혼식 축의금 액수 결정 기준은 사회적 관계가 28.9%로 가장 높았고 내가 받은 금액이 22.4%, 나의 지출 여력이 12.3%로 뒤를 이었습니다.
40대 이상의 경우 사회적 관계가 32.7%, 내가 받은 금액이 31.1%, 나의 지출 여력이 12.1%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모델 코파일럿(Copilot)은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 가까운 친구들은 5만~10만 원, 정말 가까운 친구나 특별히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는 10만 원 이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조카 등 가까운 친척일 경우 10만 원 이상, 삼촌이나 이모, 사촌 등 중간 정도의 친척은 5만~10만 원, 재종 조카, 사촌의 자녀 등 먼 친척은 3만~5만 원의 축의금이 적당하고 분석했습니다.
직장 동료의 경우 가깝지 않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 축의금은 5만~10만 원, 평소 자주 교류하고 친밀한 관계는 10만~20만 원을 적정선으로 제시했습니다.
오픈AI의 챗GPT는 친밀도, 지역, 결혼식 장소를 나눠 축의금 적정 액수를 평가했습니다.
친밀도에 따른 축의금 적정액은 친한 친구는 10만~20만 원, 직장 동료나 지인은 5만~10만 원, 가벼운 관계는 5만 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시의 경우 축의금 수준이 조금 더 높을 수 있다며 10만 원 이상을 권장했으며, 지방이나 소도시의 경우 5만 원도 적당한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결혼식 장소는 예식장이 호텔일 경우 일반적으로 더 많은 축의금을 내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김영란법이 개정됐지만 이전과 동일하게 축의금 한도는 5만 원입니다.
이는 단독으로 주는 경우에 해당하며 직무와 관련된 경조사일 때만 적용됩니다.
만약 화환과 함께 준다면 합산 금액 10만 원을 넘기면 안 됩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불리는데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제한하는 법으로 2016년 처음 시행됐습니다.
직무 관련 경조사비, 선물, 접대 등에 허용되는 금액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데 적용 대상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입니다.
직무와 무관한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의 행사에서는 축의금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