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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낙엽과의 전쟁'…환경공무직의 고된 겨울나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12.03 07:46|수정 : 2024.12.03 07:46


▲ 낙엽 쓰는 환경공무직 근로자 김 모 씨

"단풍 나들이 가면 다 쓰레기로 보이죠. 마치 군대에 있으면 눈이 싫은 것처럼. 저 낙엽들은 누가 다 치울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어요."

지난달 29일 오전 6시, 대구 북구청 앞 가로수 길에서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형광 조끼를 입은 북구 환경 공무직 근로자들은 낙엽 치우기에 한창이었습니다.

이곳에서 4년 차 환경 공무직 근로자 김 모(32) 씨도 낙엽을 정신없이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늘은 북대구세무서 앞쪽으로 가자"며 빗자루, 쓰레받기, 마대 등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가 말한 곳에 이르니 밤새 떨어진 낙엽이 길을 따라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그는 "이건 양버즘나무 낙엽인데 매우 크고 양도 많아서 낙엽 치우기 가장 힘든 나무"라고 설명했습니다.

잎이 큰 양버즘나무 낙엽은 다른 나무와는 달리 노면 청소 차량으로 빨아들이기가 힘들어 대부분 손으로 치운다고 합니다.

김 씨는 작업 편의를 위해 직접 만든 손잡이가 짧은 빗자루로 낙엽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낙엽을 빗자루로 모아 쓰레받기에 담은 뒤 마대에 버리는, 단순하면서도 고된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따금 송풍기를 켜 낙엽을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허리를 숙여 어깨와 팔을 이용해 낙엽을 마대에 담아야 했습니다.

송풍기를 이용해 낙엽을 치우는 모습
그는 "몸으로 하는 일은 다 그렇지만, 환경 공무직 근로자들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낙엽 치우는 시기가 지나면 못 가던 병원에 가거나 몸 관리하기 바쁘다"라고 말하며 어깨를 한번 풀어줬습니다.

김 씨는 그렇게 50분가량을 열심히 작업했지만 처음 낙엽을 치우기 시작한 곳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1년 중 11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가 가장 바쁜데 이 시기만 지나면 '이번에도 무사히 넘겼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고 웃었습니다.

북구에는 김 씨와 같이 낙엽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 공무직 근로자가 70명가량 있습니다.

각자 2∼3㎞ 정도의 구역을 맡아 낙엽을 치웁니다.

끝없이 떨어지는 낙엽도 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들어주기 어려운 황당한 민원들도 지치게 만든다고 합니다.

북구 관계자는 "사유지에 쌓인 낙엽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한두 번은 이를 들어주는데 '점심 장사를 해야 하니 지금 우리 가게 주차장에 쌓인 낙엽 치워달라' 등의 민원이 잦으면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과 북구 조례에 따르면 내 집, 내 사업장 앞의 쓰레기는 스스로 청소하고 치우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낙엽도 폐기물로 처리하는 쓰레기이지만 이를 모르고 사유지에 쌓인 낙엽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잦다고 합니다.

김 씨는 "낙엽이 워낙 많아 치우는 속도가 더딘 점이 있다. 이런 부분을 주민분들이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저희도 일을 하는 데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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