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습니다."
오늘(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주민들은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주민 노 모 씨는 "23층에서 16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연기가 많이 올라와서 16층 이웃 세대 화장실로 피신했다"며 "거기서 젖은 수건으로 화장실 문틈을 막고 젖은 수건을 입과 코에 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아파트 15층에서 시작됐습니다.
노 씨는 "구조대가 오기 직전에는 연기가 화장실까지 조금씩 들어와서 숨쉬기가 힘들었다"며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뉴스에서 화재 대피 요령을 알려준 걸 기억해둬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119 구조대도 빨리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19층에 거주하는 한 일가족도 젖은 수건을 활용해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일가족 중 1명은 "현관문을 열었는데 연기로 가득 찼었고 냄새가 너무 심하고 무서워서 나갈 수가 없었다"며 "TV에서 본 대로 화장실로 가서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물을 틀고 10여 분을 버텼다"고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수건을 5∼6번 반복해서 물에 적셔서 활용했다"며 "119구조대가 오기까지 10여 분 정도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저층 주민인 하 모 씨도 "대피하라는 아파트 방송이 나오자마자 수건을 물에 적셔서 입과 코를 막고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계단으로 대피했다"며 "평소 방송이나 소방 안전대책 홍보물을 봐둬서 그대로 했다"고 안도감을 내비쳤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자력 대피가 어려울 경우 대피 공간,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구 등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고 대피 공간이 없는 경우 화염,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한 뒤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력 대피가 가능한 경우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으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는 타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소방본부는 1시간 6분여 만에 초진을 마치고 잔불을 정리했습니다.
현재까지 9명이 구조됐고 21명이 자력 대피했으며 모두 단순 연기흡입 등 경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