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푸얼차의 고향, 중국의 아마존에 사는 다이족 '미주' - 윈난 시솽반나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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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들어 한국에서 푸얼차(普洱茶) 하면 중국을 대표하는 차로 명성이 높다. 그런데 중국에 이 차를 도시 이름으로 삼은 곳이 있다.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남쪽으로 415km에서 떨어진 푸얼(普洱)시가 주인공이다. 과거 푸얼의 명칭은 쓰마오(思茅)였다. 또한 쓰마오시의 관할에 푸얼현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푸얼차가 대유행하면서 2007년에 개명했다.
졸지에 이름을 빼앗긴 푸얼현은 닝얼(寧洱)현이 됐다. 본래 푸얼차는 18세기 푸얼부(府) 일대에서 생산하여 출하했던 차를 총칭해서 불렸다.
그 뒤 20세기 들어 지역명이 쓰마오로 바뀌었고, 다시 원래 이름으로 복원했던 것이다. 푸얼에서 처음 차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700여 년 전이다.
윈난성 정부는 푸얼로의 차 전래를 제갈량의 남만(南蠻) 정벌과 연관시킨다. 제갈량 남정은 우리에게는 <삼국지>의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로 잘 알려졌다.
제갈량이 신기에 가까운 병법을 발휘해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주어 진정한 항복을 받아냈다는 이야기다. 사실 칠종칠금은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허구일 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제갈량이 푸얼까지 정벌했고, 민심을 잡기 위해 가난한 소수민족에게 차 재배 기술을 전수해서 생활 수준을 높였다는 다른 전설을 만들었다. 따라서 푸얼시 중앙에는 거대한 제갈량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제갈량이 푸얼까지 정벌했고, 민심을 잡기 위해 가난한 소수민족에게 차 재배 기술을 전수해서 생활 수준을 높였다는 다른 전설을 만들었다. 따라서 푸얼시 중앙에는 거대한 제갈량상이 세워져 있다.
자금성 내 박물관의 지하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됐는데, 지금도 마실 수 있는 최상품이다. 이는 푸얼차가 자연 발효되기 때문이다.
푸얼차에게 발효는 효모의 개입이 없는 숙성이다. 따라서 숙성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품질이 좋다. 흑차(黑茶)에 속해 겉모습은 검은색이지만 우려내면 옅은 붉은색을 띤다. 오래 숙성된 차는 붉은 빛깔이 더욱 짙어진다.
물론 급성 발효한 숙차(熟茶)가 있다. 갓 생산된 숙차는 수개월 만에 마실 수 있다. 또한 맛이 부드럽고 가격이 싸다. 이에 반해 생차(生茶)는 3년 이상 발효를 거친다.
오랜 숙성을 거쳐서 깊고 풍부한 맛이 나고 효능이 다양하다. 이런 장점은 만수용단의 발견과 함께 푸얼차 붐을 일으켰다. 2004년부터 벼락부자와 홍콩·대만 상인이 푸얼차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마침 중국에서 웰빙 바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 푸얼차의 가치가 올라갔다. 푸얼차의 가장 큰 효능이 다이어트이기 때문이다.
1997년 500g이 7위안에 불과했던 다이(大益) 브랜드의 차병(茶甁) 한 개가 2007년에는 160위안으로 폭등했다. '1g의 푸얼차가 1g의 황금과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푸얼차의 거품은 붕괴했다. 오히려 지금 푸얼에서 인기 있는 작물은 커피나무다. 일조시간이 길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서 커피나무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푸얼은 시솽반나(西雙版納)자치주에 속해 있다. 시솽반나는 북위 21도로 북회귀선보다 아래다. 그래서 겨울이 없고 오직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우기는 5월 하순에서 10월 말까지고, 건기는 10월 하순에서 이듬해 5월 중순까지다. 푸얼이 있는 시솽반나 북부의 해발은 800~1300m이다. 징훙(景洪)을 위시한 남부는 500m 이하의 평지다.
평지에서는 고무나무와 바나나를 재배한다. 시솽반나에는 2만 종의 식물이 서식해 중국 전체의 1/4에 달한다. 열대식물은 6000종인데, 500종은 오직 시솽반나에만 있다.
동물은 아시아 코끼리, 벵골 호랑이, 표범, 코뿔소 등 760종이 넘는다. 조류는 중국 전체의 2/3인 429종이다. 이런 생태계는 란창강(瀾滄江)의 덕이 컸다.
란창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시솽반나를 거쳐 동남아로 흘러가 메콩강이 된다. 이처럼 완벽한 열대우림과 풍부한 동식물을 갖고 있어, 시솽반나를 '중국의 아마존', '식물자원의 보고'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시솽반나는 '포수이제(潑水節)'라는 물 뿌리기로도 유명하다. 포수이제는 다이족(傣族)의 전통축제다.
먼 옛날 기후를 관장하는 천신이 횡포를 부리자, 다이족은 봉기해서 물리쳤다. 전투 중 다이족은 천신이 뿌린 오물을 뒤집어썼다. 몸에 묻힌 썩은 내를 서로 물로 뿌려 씻어냈는데, 이 일을 기념해 축제화 했다.
시솽반나라는 이름도 고대 다이족어 '멍바라나시(勐巴拉娜西)', 즉 '빛나는 마을'에서 비롯됐다. 태국에서도 멍바라나시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또한 태국도 물 뿌리기 축제인 '송끄란'를 즐긴다.
다이족과 태국 타이(Tai)족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본래 다이족은 윈난 서북부에서 구이저우(貴州) 서부까지 퍼져 살았다. 기원전 5세기경 누강(怒江)에서 첫 부족국가 달광국을 세웠다.
달광국은 쿤밍에서 흥기했던 뎬(滇)국과 경쟁하며 1세기 초까지 번성했다. 1세기 중엽 후한이 침략해 달광국은 멸망했고, 다이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서쪽으로 가서 이라와디강 중류에 진출해 샨(Shan)을 건국했다. 일부는 남쪽으로 가서 달광국을 재건했다. 이 나라는 400년간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일부는 고향에 남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