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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회원이면 난 안 해" 옥스퍼드 교수 왕립학회 탈퇴

이종훈 기자

입력 : 2024.11.26 19:33|수정 : 2024.11.26 19:3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가 영국 왕립학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데 반발해 학회를 탈퇴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아동 소통 장애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뇌신경과학자 도로시 비숍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최근 왕립학회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고 이 신문에 밝혔습니다.

비숍 교수는 "머스크를 왕립학회 회원으로 두는 건 학회의 가치에 크게 모순된다고 느꼈기에 그것과 전혀 엮이고 싶지 않았다"며 "학회엔 회원 간 예의를 지키도록 하는 회칙이 있는데 나는 머스크에게 예의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1660년 설립된 영국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회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이 회원이었습니다.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동의를 거쳐 선발됩니다. 소수의 외국인을 회원으로 뽑는데 머스크는 2018년 우주 산업과 전기차 분야의 업적과 영향을 평가받아 회원이 됐습니다.

비숍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왕립학회 회원으로서 영예를 누리는 기쁨이 '007 악당'을 모델로 삼은 것 같은 사람과 공유한다는 사실 때문에 줄어든다"며 "이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과학자를 위협하는 데 쓸 수 있는 측정 불가한 부와 권력을 가졌다"고 썼습니다.

지난 8월 비숍 교수를 포함한 회원 여러 명이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의 반이민 폭력 사태를 두고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한 발언 등을 이유로 그의 회원 자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학회는 이에 대해 머스크가 회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숍 교수는 "나를 포함한 서한 서명자 다수가 이런 결정에 불만이 있었다"며 "우리는 회칙에 어긋나는 행위의 증거들을 모으는 데 착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비난한 게시물, 백신 음모론을 부추기는 듯한 게시물, 기후 위기를 축소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게시물 등을 모았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왕립학회 측은 이에 대해 "비숍 교수의 회원 자격 반납에 매우 유감"이라며 "개인 회원의 행위와 관련해 제기된 우려는 징계 등 웹사이트에 게시된 회칙에 서술된 절차를 따르며 엄격한 비밀이 유지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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