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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대통령' 날개 단 비트코인, 이제 알트코인 뜬다? 따져 보니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11.23 09:00|수정 : 2024.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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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트럼프 

트럼프와 비트코인, 이번엔 꽃길만 걸을까?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에 가장 크게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이후 한 개에 9만 4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트럼프가 처음부터 가상자산을 옹호했던 건 아닙니다. 불과 3년 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 패권 시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사기’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가상화폐를 도입하려 하자 당시 대통령 재임 중이던 트럼프는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다.”라면서 극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가 달러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에는 통화가 달러 하나뿐”이라면서 “달러만이 유일하게 강력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통화”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부를 강력하게 견제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진정으로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反)암호화폐 대통령이 어쩌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이 된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약속한 공약들이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으로서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에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분명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극도로 경계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입니다. 트럼프는 더 이상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더 나아가, 오히려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중심으로 미국이 짜놓은 국제 질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뚜렷하게 본인이 밝힌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힌트를 준 적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통해 미국 정부의 부채 35조 달러를 갚을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봉쇄를 겪으면서, 경제가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례 없는 재정 적자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국채를 발행해야 했고, 미국의 총 국가 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달러 패권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가 꺼내든 게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왜냐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금, 비트코인 등 다른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시대에 달러 가치의 하락을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지탱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일 수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자칭 코인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은, 더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50년 전 사우디와 미국이 원유 수출입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은 이후 달러 패권이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코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비슷한 역사적 전환점에 가까워졌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코인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1기 정부때와 달리 이번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코인을 발행할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이들은 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시켜 놓는 ‘스테이블 코인’ 방식을 택할 걸로 예상됩니다. 즉, 코인이 유통될 때마다 달러를 증거금으로 쌓아둬야 합니다. 따라서, 달러의 수요도 함께 커집니다. 코인 전문가들은 이런 ‘페깅(Pegging) 구조’가 페트로 달러 협정을 대체해 달러 패권을 유지시켜 줄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트럼프의 공약은 뭘까요? ‘암호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서 비축하고, 비트코인 채굴도 전량 미국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게 바로 공약의 핵심 구호입니다. 이는 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호재입니다. 

미국 정부는 범죄 수익 등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약 21만 개를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가끔 미국 정부가 이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서 처분할 때면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출렁였는데, 시장에선 이게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공약에 따라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호재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매년 수십만 개씩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비축하기로 한다면, 미 정부가 비트코인 공개 매수 선언을 한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도록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공약이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될까요? 지금부터는 하나하나 반대되는 맥락들을 짚어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가산자산 공약들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트럼프의 공약과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을 위해서는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미니애폴리스 연준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여 경제에 충격을 주는 대신 경제 성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세수를 늘려 부채와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자유롭게 거래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말합니다.

특히, 이 보고서가 비트코인을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 useless pieces of paper’라고 평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빚까지 져가면서 경제에 돈을 투입했는데 이 돈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흐르며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 성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잠겨 있다면, 미국 재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가뜩이나 트럼프는 시장을 향해 비트코인을 팔지 말고 들고만 있으라며 당부하고, 미 의회에서는 정부가 매년 비트코인 수십만 개를 비축 목적으로 구입하게 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정부가 예산은 예산대로 집행했는데도 세수는 오히려 줄고 나라의 빚과 이자만 불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미 연준 보고서의 경고 메시지입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미국 내에서 원유를 전략적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미국 의회는 법을 만들어 1975년부터 원유를 비축해 왔습니다. 트럼프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연준이 반대한다 해도 원유 때와 마찬가지로 “법을 만들면 그만”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7월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 의원은 이른바 ‘비트코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주 내용은 미 연준이 마련한 재원으로 재무부가 향후 5년 동안 매년 20만 개씩 비트코인 100만 개를 구입해 비축한다는 겁니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회기에는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러나 내년 트럼프 임기와 함께 시작되는 새로운 의회에서 같은 법안이 다시 발의될 수 있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일사천리로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의회에서는 다수당이 법안을 밀어붙여도 상원에서 전체 100명 중 40명의 의원들이 똘똘 뭉쳐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임기 말까지 통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법안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안정적으로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를 ‘최소 60석’으로 보고 있고, 이를 ‘수퍼 머저리티(Super Majority)’ 라고 부릅니다. 이는 지금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더라도 비트코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물론, 내부 단속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2명의 정치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에서 ‘코인 규제’를 적극 주장했던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입니다. 워런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다음 의회에서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맡을 예정입니다. 즉, 트럼프의 비트코인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물은 공화당의 로저 마샬 상원 의원입니다. 마샬 의원은 바이든 워런 의원과 함께 ‘디지털자산 자금세탁 방지법’을 발의한 인물입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지만, 암호화폐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코인 등이 통화처럼 쓰이는 것에 반대해 왔습니다. 때문에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행보에 가장 먼저 반대표를 던질 내부 인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다고 하면 소속 정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연방 상원에는 트럼프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해서, 그리고 연방 상원의 다수당을 공화당이 차지했다고 해서 비트코인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영원히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을 상대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펼칠 수 있었던 건 '달러 패권' 덕분입니다. 그러자  러시아와 이란은 달러 패권이 미치지 않는 암호화폐를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출할 때 암호화폐를 이용해 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월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국제 무역 사용을 아예 합법화시켰습니다. 이란은 달러 중심의 세계관에서 퇴출됐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해 하마스를 은밀하게 지원했습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이스라엘의 모사드조차 이를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인 ‘알 아크사의 홍수’ 작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암호화폐는 달러 패권을 피해 미국의 적대국들이 달아나 숨는 일종의 은신처입니다. 불법적인 돈세탁이나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하는 범죄·테러 단체들도 암호화폐 뒤에 숨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당을 가리지 않고 암호 화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을 달러의 러닝메이트로 앞세운다면, 달러 없이도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달러는 과거 ‘금본위제’에서 금이 맡았던 역할에만 머물게 되고, 기축 통화의 자리는 코인에게 일부 내주는 건 아닐까요?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페트로 달러가 성립됐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를 미국이 제일 많이 사고 팔았기 때문입니다. 원유처럼 비트코인도 미국의 전락 자산이 돼서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이 미국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돼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 자산을 미국이 가장 많이 거래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두 조건 다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두 가지 조건을 다 맞출 테니 문제가 없을 거란 논리는 선후가 뒤바뀐 주장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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