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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가장 기대하는 그 와인 시음회…보르도 그랑 크뤼 2021은 어떤 맛? [스프]

홍지영 기자

입력 : 2024.11.24 09:02|수정 : 2024.11.24 09:02

[스프카세] 보르도 그랑 크뤼 시음회에 다녀와서


홍지영 스프카세 썸네일
 

홍지영 기자는 '와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 특파원을 역임했고 와인 전문가 과정인 WSET LEVEL3와 FWS(French Wine Scholar)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보르도 그랑 크뤼 2021은 어떤 맛?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 와인 시음회, 65개 샤또 참가
한국 와인 전문가 1천500여 명 참가 신청

홍지영 스프카세
가을이 깊어지고, 와이너리가 올 한 해 할 일을 마무리 짓는 11월 중순이 되면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은 전 세계 투어에 나섭니다.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원들이 올해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20년을 넘겼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랑 크뤼 등급은 이른바 5대 샤또를 필두로 한 메독 지역의 그랑 크뤼 등급입니다.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만국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프랑스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알리겠다며 메독 지역의 와인 업자들에게 등급을 매기라고 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그때 정해진 메독 지역의 와인 등급은 한 가지 예외(1973년 샤또 무똥 로쉴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를 제외하고 지금까지도 그대로입니다.

보르도의 셍테밀리옹 지역에도 그랑 크뤼 등급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변합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 지역도 그랑 크뤼 등급이 있고요. 물론 프랑스의 다른 지역, 부르고뉴나 샹파뉴에도 그랑 크뤼 등급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 등급은 무척 까다롭지만, 어쨌든 그랑 크뤼 등급은 프랑스 와인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Union Grands Crus Bordeaux)는 메독, 뽀이약, 셍테스테프, 셍 줄리앙, 마고, 그라브, 소테른, 셍테밀리용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보르도 지역의 가장 높은 등급 와이너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보르도 최대의 협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한국을 찾은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 샤또는 모두 65군데. 회원으로 가입한 샤또가 132개인데 그 절반이 한국에 온 것입니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도쿄, 서울, 타이베이, 베이징, 홍콩, 하노이, 방콕, 광저우, 상하이, 싱가포르 등을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방문하며 시음회를 엽니다.
 

"한국,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시장"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장 로난 라보르드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장을 5년째 역임하고 있는 로난 라보르드(1980년생) 씨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회원국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일 텐데 왜 중국은 선호도가 떨어지냐고 물었더니 중국은 메독 지방의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져서 다른 회원들은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 와인 시장의 한 가지 특징인 듯합니다.

로난 라보르드 협회장과 함께
한국의 경우, 3년 전 코로나 시기에 그랑 크뤼 와인 수입이 폭발해서 보르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2021년에는 2020년에 비해 그랑 크뤼 수입이 2배 늘었고, 여세를 몰아 2022년에는 2020년보다 3배가 늘었습니다. 2023년에는 4천만 유로(약 600억 원)를 수입하며 최고를 찍었습니다. 즉, 한국 와인 시장은 지난 3년간 계속 급상승한 겁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는 보르도 그랑 크뤼 수입이 약간 주춤한 추세였지만 한국은 여전히 증가했다는 것이 라보르드 회장의 설명입니다. 협회원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됐습니다.

한국 전문가들도 가장 기대하는 시음회입니다. 올해도 1천500명 정도가 등록을 했다고 행사를 주관한 홉스코치 측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참석자들이 점점 몰려서 나중에는 부딪치지 않으려면 사람들을 헤치고 다녀야 할 수도 있다면서요.

홍지영 스프카세 

보르도 그랑 크뤼 2021, 화이트 와인에 최적... 레드는?

올해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가 가져온 와인들은 2021년 빈티지 와인들입니다. 2021년 빈티지 와인들은 그다음 해인 2022년 봄에 보르도에서 엉 프리메르(en primeur)로 병입 전 선물 거래를 했고, 병입 후 1년 반이 지난 2023년 가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시음회를 했습니다.

2021년은 봄철 서리 피해와 여름 우박으로 화이트 와인과 스위트 와인 생산이 급감해 올해 스위트 와인은 하나도 시음회에 오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소테른을 시음해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재배 기간이 길었고, 포도가 천천히 부드럽게 익으면서 숙성 기간도 길어서 드라이 화이트를 만들기에는 최적의 기후였다고 라보르드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페삭 레오냥, 그라브 쪽의 묵직한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2021년 보르도 화이트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보르도 화이트부터 시음을 시작했는데, 신선하면서도 화려한 향에 적당히 묵직한 바디감이 잘 어우러져서 좋았습니다.

레드 와인은 전체적으로는 알코올 도수가 신대륙 와인처럼 높지 않으면서도 아로마 향, 과일 향은 풍부했습니다. 탄닌도 비교적 부드러워서 굳이 장기 숙성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좋을 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품종에 따라 차이가 좀 있어 보였습니다.

여름 내내 구름이 많이 끼는 날씨였지만 10월에 화창한 날씨를 보여 메독 지역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늦게까지 잘 있었습니다. 반면 지롱드강 우안에서 많이 재배되는 메를로는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 와인을 만드는 게 힘들었다고 현장에 있던 소믈리에들이 설명해 줬습니다. 때문에 블렌딩 비율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을 높인 샤또들이 많았습니다. 2020년은 덥고 건조해 포도가 잘 익고 알코올 도수도 높고, 탄닌도 강한 풀바디 와인,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최적의 해였다면 2021년은 날씨 때문에 좀 힘든 해였던 만큼 금방 마시기 좋은 와인에 더 좋은 빈티지로 해석됩니다.
 

지구 온난화, 보르도에 미치는 영향은?

홍지영 스프카세
보르도에서는 최근 들어 장기 숙성하지 않고 금방 마셔도 좋은 와인들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그런 추세라고 라보르드 회장은 설명했는데요, 포도가 일찍 잘 익기 때문에 일찍 수확해서 금방 마시기 좋은 와인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양조법도 연구를 계속해서 빨리 익는 포도로부터 맛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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