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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특산품이었는데 중국에 자리 빼앗겼다…'반도체 겨울' 계속될까 [스프]

안혜민 기자

입력 : 2024.11.21 09:00|수정 : 2024.11.21 09:00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반도체와 52시간 1


안혜민 마부뉴스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지난주 수능 때만 하더라도 따뜻해서 난리였는데, 단 며칠 사이에 온도가 뚝 떨어졌어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를 기록한 곳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장롱 속에 있던 패딩을 꺼내면서 정말로 겨울이 왔구나 싶어요.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독자 여러분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길 바랄게요!

날씨도 겨울이 찾아왔지만, 또 '다른 곳'에도 겨울이 오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반도체 분야이죠. 모건 스탠리에서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경고의 보고서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이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근무시간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반도체 위기는 야근을 덜 해서 왔을까요?
 

파운드리, 팹리스, HBM... 도대체 이게 다 뭐야?

본격적인 반도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본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부터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반도체에 대한 내용이 워낙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용어도 많고, 생소한 개념들도 많거든요. 용어 내용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본문을 읽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도체, 부도체, 반도체

물질에 따라 어떤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고, 어떤 물질은 전기가 잘 안 통하곤 하죠. 금이나 구리같이 물질의 전기전도도가 높아서 전기가 잘 흐르는 물체를 도체라고 하고, 고무와 나무처럼 전기전도도가 낮아서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부도체라고 합니다.

반도체는 전기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 사이에 있어서, 어떤 때는 전기가 통하고 또 어떤 때에는 전기가 안 통하는 녀석을 말합니다. 반도체는 보통 규소로 만드는데 순수한 규소는 부도체에 가까워요. 하지만 여기에 인(P)과 같은 불순물을 첨가하면 상황에 따라 전기가 흐를 수 있게 되죠. 오늘 이야기할 반도체는 조건에 따라 전기를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전자장치로 이해하면 좋아요.
 
IDM,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는 크게 4단계를 거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①가장 먼저 반도체를 설계하고, ②설계대로 웨이퍼를 생산하고, ③웨이퍼에 있는 수백 개의 칩을 하나하나 잘라내서 실제 기판에 장착할 수 있도록 패키징 및 테스트하고, ④마지막으로 최종 판매까지. 생산 과정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을 부루는 명칭이 달라집니다. 아, 참고로 웨이퍼는 반도체 하면 항상 나오는 라이스페이퍼처럼 생간 얇은 원형의 판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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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과정을 하나의 기업에서 모두 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기업을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인텔이 대표적인 IDM이죠.

설계 단계에만 참여해 반도체 생산에 기여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을 팹리스(Fabless)라고 부릅니다. 웨이퍼를 생산하는 설비 이름이 팹(FAB)이거든요. 이 팹 설비가 없으니까 팹리스라고 하는 거죠. 대만의 미디어텍 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팹리스와는 반대로 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기업도 있어요. 이런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합니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의 대표 주자인데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칩리스(칩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 IP 기업 및 디자인하우스(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도면을 제조가 가능한 설계도로 디자인해 주는 기업), OSAT(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전문 업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힌트가 되듯이 데이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SSD, DRAM 같은 친구들이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최근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DRAM을 병렬로 쌓아 올린 HBM도 관심을 끌고 있죠. 시스템반도체는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 연산, 제어 등을 처리하는 반도체를 말해요. 컴퓨터 안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CPU가 바로 시스템반도체죠.
 

중국에게 빼앗긴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

사실 반도체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 먹거리 아니겠어요? 대한민국의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5년 연속 1위를 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한국의 '특산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닙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가 수출액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UN에서 제공해 주는 COMTRADE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국가별로, 상품별로 무역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죠. COMTRADE 자료 기준으로 2018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수출의 29.1%를 차지해서 전 세계 1위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넘기고, 2위로 밀려나 있죠.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 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18.9%입니다. 반면 중국은 2019년 27.2%로 1위를 차지한 후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죠. 2022년 중국의 점유율은 25.7%로 2등인 우리나라와 6.8%p차이가 납니다.

사실 반도체 시장의 여러 분야 중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죠. 2022년 UN 데이터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교역의 40.8%가 시스템반도체일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메모리반도체는 15.9%에 불과하죠. 우리나라가 강세였던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중국에게 밀리는 상황이고, 거기에 시장 규모가 큰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여전히 힘을 못쓰고 있으니 반도체 업계가 울상인 겁니다. 미국의 대표 IT 연구업체 가트너가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시스템반도체의 54.5%를 미국이 점유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3.3%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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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좋지 않자, 지난 10월엔 국내 반도체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이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3분기 잠정 실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입장문이었는데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이런 반성문을 낸 기저에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AI 시장에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HBM 같은 AI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거든요. 특히 SK하이닉스는 일찍부터 HBM에 뛰어들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HBM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제야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그 영향으로 주가는 주욱 떨어졌고, '4만 전자'를 찍기도 했죠. 삼성전자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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