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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나선 북한 보위부…"통째로 한 가정이 사라졌다"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입력 : 2024.11.22 09:00|수정 : 2024.11.22 09:00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아버지 끌려간 뒤 자녀 넷 줄줄이 사라져


N코리아 정식 썸네일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한밤중에 기관원 몇 명이 A 씨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뭐 좀 물어볼 게 있다"며 "잠깐 같이 가자"고 하며 A 씨를 데리고 나갔는데, 그게 그 사람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고, 살았다면 어디 있는 것인지 죽었다면 시신은 어디 있는 것인지 물어볼 데도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라는 인권조사기록단체가 북한 내에서 발생한 강제실종(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는 경우) 사례를 탈북민 심층 면담을 통해 조사했습니다. 2021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62명을 대상으로 주변에서 보고 들은 강제실종 사례를 조사했는데 모두 113명의 실종 사례가 수집됐습니다.
 

한 가족의 풍비박산

북한 강제실종의 극악함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연좌제입니다.

2011년 후반 북한에 살고 있던 B 씨가 군대 기밀 문건을 갖고 나왔다는 이유로 보위원에게 체포됐습니다. B 씨는 도 보위부에 구금된 뒤 사망했는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B 씨의 첫째 자녀는 B 씨가 체포된 뒤 직장에서 보위지도원의 호출을 받고 나간 뒤 행방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B 씨의 둘째 자녀는 B 씨 체포 이후 집 앞에서 보위부에 체포돼 구금됐는데, 구류장에서 B 씨보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씨의 셋째 자녀는 B 씨 체포 소식을 듣고 도 보위부에 사정을 알아보러 간 이후 행방불명됐습니다. B 씨의 넷째 자녀는 B 씨가 체포된 이후 밤에 집에서 체포됐는데 이후 행방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B 씨의 체포 이후 연좌제를 적용해 자녀들까지 줄줄이 처벌한 것입니다.

이상의 사건들은 2011년 후반부터 2012년 초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B 씨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나, 이미 성인이 된 자녀 4명까지 줄줄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면서 한 가족이 졸지에 풍비박산나고 만 것입니다.
 

정치적 범죄인 경우 특히 연좌제 적용

N코리아 정식
북한은 특히 정치적 범죄인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연좌제를 적용해 처벌합니다. 가족 전체를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 식입니다.

이 경우 특이한 점은, 아내가 정치범으로 체포되면 남편은 무조건 같이 끌려가는 데 비해 남편이 정치범으로 체포되면 아내에게 이혼 의사를 확인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이혼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아내도 남편에게 동조한 것으로 간주돼 같이 끌려가게 됩니다.
 
"여자가 요구하면 갈라질 수 있고, 그런데 여자도 개입이 되어 있으면 못 갈라지고, 그런데 대부분이 항일투사 가족이라든가, 백두산 줄기라든가 그런 성분이 좋은 사람들인 경우에는 남편이 죄를 지었다고 하면 법적으로 갈라져요."

- 탈북민 증언

자녀가 있는 경우 성인인 아들은 연좌제를 피하기 어렵고 성인인 딸은 출가한 다른 집안 사람으로 간주돼 예외가 되기도 합니다.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을 경우 부모와 함께 끌려가기도 하고, 집안의 다른 보호자에게 보내지거나 고아원에 보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가자" 하면 그대로 실종

N코리아 정식
전근대적인 연좌제에 의해 가족들을 처벌하는 것도 비인간적이지만, 사람을 데려가는 방식도 전혀 인권적인 고려가 없습니다. "그냥 가자" 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무슨 이유로 데려가는지, 어디에서 언제까지 조사받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습니다. 데려간 사람이 돌아오지 못하고 사라져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이 북한의 실정입니다.

2016년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는 패싸움에 연루된 남성이 임의동행으로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고 합니다.
 
"도 보위부 사람, 시 보위부 사람, 동 담당 보위원이 연행하러 온 거예요. 와서 족쇄를 채우지는 않고 '그냥 알아볼 것이 있으니까 잠깐 가자, 옷 입고 나와라, 문을 다 잠그라' 해가지고 차 태워서 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거예요. 다시는 못 돌아왔다는 거예요."

- 탈북민 증언

2012년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한 남성이 직장 보위지도원의 호출을 받은 뒤 실종됐습니다.
 
"출근하니 보위지도원이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들어간 걸 온데간데없이 데려갔대."

- 탈북민 증언

되는대로 사람을 데리고 가서 행방불명되게 만드는 악명 높은 기관은 대표적으로 국가보위성(보위부)인데, 북한 주민들은 보위부에서 사람을 잡아갔다 하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거의 포기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물어볼 수가 없어요. 보위부라 하면 정신 바짝 차리거든요. '아, 정치범이구나' 하면서 찾는 거는 고사하고 남은 가족 전멸하는 그런 상태거든요. 어디 가서 물어보겠어요?"

- 탈북민 증언
 
"어디로 데려갔는지 모르고요. 우리는 그저 그렇게 없어지면 정치범 그런 곳으로 가서, 영영 못 나오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거예요."

- 탈북민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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