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모 기업의 콜센터 외주 업체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우리에게 장난 전화나 악성 민원에 대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2021년 11월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는 의무가 됐다.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했다면 임금총액, 지급일, 임금 구성항목별 금액과 각 항목별 금액의 계산 방식 등을 반드시 기재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 거짓 기재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체불 상담을 하다 보면 여전히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 없다는 상담자를 적지 않게 만난다.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해 본인이 임금체불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노동 상담을 받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는 상담자도 많다. 임금명세서라고 교부는 하지만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교부한다는 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시간외 근무를 한 시간과 수당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사장이 의도적으로 명세서 파일을 해상도가 낮은, 작은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노동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임금명세서는 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때문에 임금체불 상황에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는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명세서 교부를 ‘기초노동질서’로 분류하여 꾸준히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홍보를 믿고 임금명세서 미지급을 신고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수년간 근무해 온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달라고 요청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장은 이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요구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요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A 씨를 비난하고 괴롭혔다. 참다못한 A 씨는 결국 노동청에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사장을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과태료를 부과하기는커녕 ‘신고 이후 사장이 명세서를 메일로 한 번에 보낸 내역을 제출했으니 시정된 것이고 시정을 했으니 더 문제를 삼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결과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A 씨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실제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는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적발 시 14일간 개선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금명세서 미교부 신고를 두려워하는 사용자도 없다. 신고까지 간 ‘골치 아픈 케이스’에만 몰아서 한 번에 임금명세서를 줘 버리면 그만이다.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사장에게 ‘미교부를 신고하겠다’라고 말하자 사용자가 ‘맘대로 하라’며 비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상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가 일부, 소수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매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 있다는 응답은 76.2%에 그쳤다. 다시 말해 직장인 4명 중 1명(23.8%)은 임금명세서를 매월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