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국내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면서 '국장'(국내 증시)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금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펼치는 동안 코스피 2,500선·코스닥 700선이 깨지고, '대장주' 삼성전자가 5만 원 선을 위협받는 등 국내 증시에서는 비명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장기간 박스권을 갇힌 코스피에 실망했던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오늘(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만 해도 20조 원 수준이었던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5조 원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7~8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대선 이후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수혜주를 찾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하루 거래대금은 여전히 10조 원을 넘나드는 수준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초 59조 4천948억 원에서 지난 8일 49조 9천23억 원으로 10조 원가량 줄었습니다.
연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상승세를 탔던 국내 증시는 2분기를 정점으로 하향 조정된 기업 이익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금융투자세 논란, 잇단 경영권 분쟁과 그에 따른 주가 급등락 등 증시를 둘러싼 노이즈도 '국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지만, 국내 증시 투자의 인기가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수익률입니다.
연초 이후 세계 각국 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미국 다우존스30평균지수 16.51%·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25.45%·나스닥지수 28.45%, 일본 니케이225지수 16.55%, 중국상해종합지수 15.03%, 홍콩항셍H지수 23.55% 등인데 반해 코스피는 -6.50%, 코스닥은 -18.01%로 홀로 소외됐습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곡소리'가 나면 매수 시그널이지만 국내 증시에 팽배한 '국장 패배주의'로 인해 반등 타이밍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 저하가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국내 증시에서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래대금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1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0시 45분 현재 8만 8천 달러 선에서 거래 중입니다.
원화로는 1억 2천만 원 수준입니다.
이날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거래대금은 34조 6천74억 원에 이릅니다.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전날 코스피 거래대금(12조 8천480억 원), 코스닥 거래대금(7조 4천123억 원)의 1.5배 수준입니다.
수년 전부터 국내 증시 투자의 대안으로 부상한 미국 증시로 향하는 자금 역시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7일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22년 말 442억 달러 수준에서 채 2년도 되지 않아 2배 이상으로 뛴 것입니다.
미국주식 매수·매도 결제건수도 2022년 말 869만 8천여 건에서 올해는 지난 12일까지 1천46만 9천여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크고 가팔랐던 만큼 상황이 안정될 경우 반등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차기 정부 기대감으로 상승 중이지만 한국은 수요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시계를 흐리게 하고 있다"며 "트럼프 1기 시기에도 정부가 구성되고 정책 윤곽이 잡히면서 한국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멈추면 금리 인하, 달러화 변화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