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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들…탈북 외교관 7인이 말하는 북한 속사정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입력 : 2024.11.08 09:00|수정 : 2024.11.08 09:00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자꾸 달아나는 북한 외교관... "갈 테면 가라"


N코리아 정식 썸네일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탈북 외교관 7명이 모여 한반도 상황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온 외교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전직 북한 외교관들이 7명이나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뒤 비공개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북한 외교관들도 있다고 하니, 국내에 입국한 탈북 북한 외교관들이 두 자릿수는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 외교관 토론회 (10월 10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동수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이영철 전 핀란드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그리고 한진명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입니다.

토론회 직후 북한발 무인기 사건과 북한군 파병 등 북한 관련 대형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토론회를 소개해 드릴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뒤늦게나마 탈북 외교관 토론회에서 나온 북한 내부 소식들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꾸 달아나는 북한 외교관... "갈 테면 가라"

현재 북한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들은 어떤 것들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토론회에서 나온 몇 가지 것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해외에서 이어지는 탈북 행렬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에 입국한 탈북 외교관만 두 자리에 이르는 실정이고 해외 파견 노동자와 유학생 등에서도 탈북이 이어지고 있으니, 북한 당국으로서는 해외로 인력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외교관들의 경우 자녀 한 명은 평양에 남겨두게 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인 탈북 방지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고, 외화벌이를 생각할 때 노동자 해외 파견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북한 당국이 골치 아파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누가 탈북을 했다 하면 대표부나 작업장이나 직장이나 사업소에서 세워진 규율을 철저히 지킬 데 대해 강조하고, 해당 지역들에 파견되는 보위원들 당일꾼들 이런 사람들을 통해서 이중삼중의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실례를 들면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씩 현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전화해서 알아보는 것, 이런 식의 감시밖에는 할 수 없는 게 북한 정권이 참 안타까운 일이고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하지만, 아무리 감시를 강화해도 탈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그래서 북한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갈 테면 가라'는 식의 일종의 정신승리입니다.
 
"북한에 어떤 얘기가 있냐면 '비겁한 자야 가려면 가라 우리는 붉은 기를 지키리라'라는 노래도 있고 그런 신념 같은 게 있습니다. ... 속으로 칼 품고 다른 생각하는 사람들 데리고 앉아 있어야 쌀밖에 축낼 거 없다. '갈 사람은 가고 남아서 당과 혁명에 충실할 사람들은 충실하면 된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밖에 대응하는 게 없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도 종교 문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사실을 검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북한 내 종교활동 때문에 북한 당국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 외무성에 근무하던 시절 다음과 같은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이 종교 문제에 대해서 방치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러니까 이거 외교부(외무성)에서 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받은 게 어떤 과업인가 하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설사 교인이라고 하더라도 들어오기 전에 비자를 내줄 때 절대 성경책은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걸 미리 외국인들한테 공지해라."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문제는 이런 조치를 외국 외교관들에게까지 시행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외교관들의 경우 면책 특권이 있어서 공항에서 소지품 검사도 할 수 없는데, 외교관들도 성경책을 가지고 오지 못하게 하라고 하니 외무성으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북한 상주 외교관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크리스천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에 들어올 때 성경책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걸 외교부(외무성)가 무조건 집행하세요. 이런 지시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그때 보위부하고 좀 한 번 충돌이 생겼는데... 아니 비엔나 협약에 의해서 외교관들의 소지품은 검사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성경책을 저희들이 뺐겠느냐... 이거 지나친 것이 아니냐, 이렇게 저희들이 주장했는데 (보위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국경에서 설사 외교관이라고 하더라도 성경책이 한 권이라도 들어오면 안 된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일반적인 외교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보위부가 강력하게 성경책 반입 금지를 요구한 것을 보면, 북한 당국이 느끼는 종교활동에 대한 우려가 생각보다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북한 내 종교활동의 실태를 알 수는 없지만, 북한 내에 종교활동이 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외부 압박에 반응할까?

국제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아무리 떠들어도 북한에 변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이단아로 외부 세계와 문을 닫고 살고 있는 만큼, 국제 사회가 압박한다고 해서 과연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 나온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한결같이 외부의 압박이 북한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의 북한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 김정은 이름과 결부를 시켜서 비판을 하면 알게 모르게 김정은 책상 위에 보고서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올리는 사람도 굉장히 불편하거든요. 왜냐하면 김정은이가 화를 내면 이건 엄청난 후과(결과)가 나오니까, 그런데 그런 보고를 또 안 해도 문제고, 그리고 김정은으로서는 (보고서가) 올라가면, '이거 시끄럽지 않게끔 어떻게 대책을 취해 봐라' 이런 게 북한 사고방식이라 (외부의 비판이 북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말씀을 드리고..."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 (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 (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이전에 인권 문제 관련해서 김정은을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자는 의견들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유엔 안보리 이사회에서 이게 안보리 직무에 맞지 않다고 해서 배제가 됐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북한 내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굉장히 심각하게 이 문제에 대응을 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한류의 영향력, 북한 당국을 흔들다

한류의 영향이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을 흔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한류가 북한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식의 위기는 배고파 굶어 죽고 이런 물질적인 위기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그때 태어난 MZ세대들, 지금 노동당보다 장마당이 더 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장마당 세대들의 사상의식이 완전히 변했고 사상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완전히 붕괴되는..."

<김동수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지금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정권의 싸움은 미국이나 우리 한국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한류와의 싸움, 쉽게 말하면 북한 청년들과의 싸움이고 문화와의 싸움입니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한류로 지칭되는 한국 문화가 북한의 사상을 침식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는 북한 돈이 신뢰를 잃고 외국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주권을 상징하는 북한 화폐가 북한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돈이 들어가서 세탁 과정을 거쳐서 (장마당 등에서) 달러나 한국 돈이 유통되고 있잖아요. ... 탈북민으로 해서 자본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요. ... 돈 문제는 막을 수 없는 하나의 원코리아의 뱅킹의 어떤 라인이 깔려 있지 않느냐."

<이영철 전 핀란드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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