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김천시의 김밥축제, 구미시의 라면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들이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축제만으로 과연 지방이 안고 있는 지방 소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2편에서는 지방 소멸의 현실과 함께 그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체류인구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소멸위험지수를 통해 우리나라 지방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현실이 된 지방 소멸... 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생긴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입니다. 10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어버렸죠. 지방 소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부터 고민을 시작한 일본에서 만들어졌어요. 일본의 전 총무상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5월, 당시 추세로라면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은 소멸한다는 '마스다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마스다가 처음으로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 소멸과 함께 이른바 '소멸위험지수'를 제시했어요.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를 비교하는데, 숫자가 크면 소멸 가능성이 떨어지고, 숫자가 작으면 소멸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볼 수 있죠. 마부뉴스는 이 소멸위험지수를 가지고 2024년 현재(10월)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을 비교해 봤습니다.
10년 전 대한민국의 소멸위험지수는 1.07로 계산됩니다. 등급으로 분류하면 소멸 위험이 없는 정상 지역이죠.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로 비교해 보면 1이 넘는 정상 지역은 모두 7곳. 그중 울산은 1.5를 넘겨서 '소멸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었어요. 더 잘게 쪼개서 시군구 단위로 보면 총 252개 시군구 중에 소멸 저위험 지역이 36곳, 정상 지역은 77곳으로 분석됐고요.
그렇다면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도에서 하늘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10년 사이에 현저하게 줄어든 것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소멸위험지수는 0.59. 10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소멸 주의 단계에 다다랐죠. 광역지자체별로 봐도 정상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딱 한 곳뿐입니다. 시군구 단위로 봐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소멸 저위험 지역은 삼성 계열사 사업장이 모여 있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딱 한 곳뿐이죠. 소멸위험지수가 1 이상 1.5 미만인 정상 지역도 9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방 소멸이 광역시에도 번지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10년 전에는 광역시 중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인천의 강화군과 옹진군 두 곳뿐이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엔 모두 21곳으로 늘어났어요. 그중에선 부산이 11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년 전 소멸 저위험으로 분류되었던 울산도 지금은 2곳이나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정부에서도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생활인구 데이터 집계 사업도 그중 한 가지일 테고요. 이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이른바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건데, 인구 감소 지역 지자체에 10년간 연 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제대로 관리가 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 전문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에선 일부 예산 집행 내역을 받아 분석해 봤더니, 지적할 지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일단 예산을 받았지만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지자체가 수두룩했죠.
뿐만 아니라 기금을 활용한 사업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걸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잘 만든 축제나 행사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생활인구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일부 사업들은 지속가능한 사업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일시적으로 끝나버릴 사업으로 보였거든요.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단기 사업이 아닌 체류인구를 늘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출산 현실을 담지 못하는 소멸위험지수의 한계
소멸위험지수는 여성이 대체 수준의 출산을 할 거라고 가정한 후 계산한 지표입니다. 이때 대체 수준의 출산, 즉 대체출산율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을 뜻하죠. 현재 세계 대체출산율은 약 2.2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독자 여러분도 알고 있듯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출생아 수가 8년여 만에 증가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도 0.71명에 불과하고요.
정리하자면, 소멸위험지수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연구, 논문 등에서 소멸위험지수가 언급되는 이유는 해당 지표가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인구 구조가 매우 심각한 형태의 지역이 많다는 걸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이벤트'가 아닌 '관계성'
일본에서는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인구'라는 인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생활인구의 시초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18년 당시 일본은 자연적으로 인구 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인구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특정 지역과, 또는 지역 사람들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는 인구에 주목했죠.
한 번 독자 여러분과 특정 도시와의 관계를 상상해 볼게요. 안개가 유독 유명한 (가상의) 도시 이포시와 독자 여러분은 현재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다가올 미래에도 아무런 관계가 없을 거라면? 독자 여러분과 이포시는 그냥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독자 여러분 중에 과거 이포시에 살았고, 혹은 안개를 보러 이포시에 놀러 갔던 적이 있고, 이포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을 했었다면? 이 경우에 해당하는 구독자는 이포시의 관계인구라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포시에서의 기억이 좋아서 앞으로 미래에 이포시와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주민에 가까운 관계인구가 될 수도 있겠죠.
일본은 이러한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2019년 당시 일본 정부의 목표는 "1,000개의 지자체가 관계인구를 만들어 내는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였는데,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지자체 중 83.1%가 관계인구 창출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답변했거든요. 긍정적으로 답변한 지자체가 당시의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은 1,453곳이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