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과거 동독에 수감된 정치범들의 강제노역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습니다. 이케아 독일법인의 발터 카드나어 대표는 과거 동독 정치범들이 자사 제품을 생산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구제기금에 600만 유로, 우리 돈 약 9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이 돈이 몇 주 안에 기금 측에 전달될 거라고 전했습니다.
해당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12년 전이었습니다. 2012년 스웨덴 방송 SVT는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거 이케아가 공장에서 수감자들에게 일을 시키던 동독의 가구 제조업체들로부터 물건을 납품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인 슈타지 기록 보관소에서 가져온 800개의 문서를 바탕으로 얻어낸 정보였습니다. 당시에는 공장에서 죄수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던 시절이었고, 당시 이케아의 최고 경영진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과거 동독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이 역사는 이케아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동독에선 1950년대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정치범 수만 명을 감옥에 가두고 노동을 강요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서방에 판매할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 환경이 상당히 비인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공산당 희생자 협회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당시 정치범의 숫자가 1만 5천 명에서 3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노동 환경이 위험하다고 알려진 공장으로 보내지거나 염소나 수은 같은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무를 많이 맡았다고 합니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금속을 뚫고 자르는 일을 해야 했으며, 무더위 속에서 차 한 모금으로 종일 버텨야 했다는 증언들도 있습니다. 1980년대 이들의 노동 가치는 6억 독일 마르크에 달했으며, 이는 요즘 기준으로 7억 5천만 유로에 해당한다고 현지 매체들은 설명했습니다.
자국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런 강제노역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이케아는 그해 동독의 한 금속공장에서 가구 부품을 납품 받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공장에선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힌 동독인 수백 명이 강제노역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다만 이케아 측은 문제가 된 건 자사의 여러 공급업체 중 단 한 곳에 불과하며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엔 즉시 계약을 종료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진실은 이케아가 물건을 납품 받은 문제의 공장이 단 한 곳만이 아니었으며, 이후에도 이케아가 이런 공장들과 거래를 계속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당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사실을 부인하던 이케아는 이후 컨설팅 업체에 관련 조사를 의뢰했고, 그해 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케아의 공급업체가 실제로 정치범과 범죄 수감자를 노동력으로 사용했으며, 이케아 최고 경영진 역시 당시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지나, 회사는 당시 착취 당한 노동자들에게 배상금으로 600만 유로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동독 공산당 피해자들을 위한 의회 특별대표는 "우리는 수감자들이 동독 교도소에서 견뎌야 했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그들이 특정한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그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이케아의 기금 출연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기업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케아의 책임 있는 접근 방식"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로써 이케아는 과거 동독 정치범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역에 대해 보상 제도를 수립한 첫 번째 기업이 됐습니다. 독일 내에서는 이케아가 내딛은 이 첫 발걸음이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폭력을 자행한 국가 공권력과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은 기업이 사과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