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미국 대선 앞두고 잇따라 도발한 북
북한이 지난달 31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화성-19형이 솟구치는 모습을 딸 김주애와 함께 지켜봤고, 북한 매체들은 이 미사일이 'ICBM 완결판'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조선중앙TV
새로운 초강력 공격 수단,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자태를 드러낼 역사의 시각을 앞둔...
그다음 날인 지난 1일 북한 외무상 최선희는 모스크바로 가서, 러시아와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북한의 공공연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최선희ㅣ북한 외무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승리의 그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함께 있으리라는 것을 확언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한국과 미국, 일본은 지난 3일 제주 동쪽 상공에서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우리 공군의 F-15K, KF-16 전투기 등을 동원해 연합 공중 훈련을 하며 북한에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이튿날인 4일 최선희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의 회동으로 북·러 밀착을 다시 과시하더니, 한국에는 김여정 담화로 한·미·일 3국 훈련을 비난한 데 이어, 5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쏘며 또 도발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미 대선을 불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일입니다.
남기수ㅣ합참 공보부실장
이러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황준국ㅣ주유엔대사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종결된 사안"으로 간주한다고 말한 것도 들었습니다.
북한군 최대 1만 명이 곧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북러 군사 밀착이 심화하고 또 북한의 핵무력 도발도 심상치 않은데, 미국의 대권을 거머쥘 미 차기 대통령은 앞으로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나갈 수 있을까요.
누가 되든 우선순위는 '중국 견제'... 한미 동맹·북핵 접근은 제각각
카멀라 해리스 |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미 공화당 대선 후보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낼 겁니다. 그 역시 내가 돌아오는 걸 보고 싶을 거예요.
김정은을 독재자로 부르는 해리스나 김정은과 친서만 28번 이상 주고받은 트럼프.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중국 견제'라는 핵심 기조 아래 '미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는 방향은 같겠지만, 동맹인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압박하는 북핵 위협 억지에 주력할 걸로 예상됩니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2년 전 비무장지대 DMZ를 방문하고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ㅣ미국 부통령 (2022년 9월 29일)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약속은 절대적인 것이며,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해리스는 최근에도 기고문을 통해 "3만 6천 명이 넘는 미국인과 13만 7천 명 이상의 한국군이 한국전쟁 당시 함께 싸우다가 목숨을 바친"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이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트럼프가 한국에 미군 주둔을 위해 연간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해 동맹을 폄하하고,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위를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ㅣ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해리스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북 정책은 아마도 중국과 해리스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부차적이거나 종속적인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책임 분담을 요구하며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등을 통해 북핵 위협을 관리할 가능성이 있는데, 불확실성은 확실히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세 차례나 김정은을 직접 만나본 트럼프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길 원한다는 돌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장에선 김정은이 간절히 원했던 핵심적 대북 제재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담장을 먼저 박차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ㅣ국민대 교수
2019년 하노이에서 북한은 사실상 미국과의 타협을 시도했습니다. 실패입니다.
그러나 다시 가능하게 된다면 북한도 같은 것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선 북한 김정은이,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교훈으로, 더 이상 트럼프와의 회담에 나서봤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콧 스나이더ㅣ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북한 김정은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이점이 보이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회담을 갖는 데 매우 열의를 보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김정은과 대화를 하든 하지 않든, 그가 이른바 '머니 머신'으로 여기는 한국에 경제 분야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더 큰 비용을 부담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가 추진할 수 있는 그 과감한 변화의 후보군에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이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동 비용 분담 등의 요구뿐 아니라 주한미군 역할과 규모의 변화라든지, 대북 제재 완화와 같은 어느 하나만 추진해도 파장이 큰 시나리오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미 재임 시절에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두 번째 임기에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최근 트럼프 측근들의 발언을 보면 주한미군 철수보다는 중국 견제에 주한미군이 더 기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합니다만, 트럼프의 생각이 현실 정책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ㅣ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트럼프 행정부에선) 한국이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형태의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거래적 협상은) 한미 사이에 긴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러 사람들은 북한과의 잠재적 분쟁을 한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고 강하게 신뢰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주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의 제언은
한국이 유사시 제공받게 돼 있는 미국의 핵우산이 적시에 정확하게 제공되도록 보다 확실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도 나옵니다.
양욱ㅣ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해서 F-35 등의 전술기에서 투발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하나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핵탄두 현대화를 지원을 해서 (해당 핵탄두는) 무조건 한반도를 위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에 있어서 일본 수준의 권한을 미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이 외에도 해리스와 트럼프 중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한국 정부가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