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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를 대신해서 술에 취한 사람을 임시로 보호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부산과 제주, 딱 두 곳에만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서울도 이걸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었는데, 지역 주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현장을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그제(30일) 밤 8시 반, '부산 주취해소센터'.
만취한 80대 노인이 침상에서 언성을 높입니다.
[(조금 쉬었다 가시면 됩니다.) 마! 형님 물 좀 줘라.]
[(지금 몇 시인지 아세요?) 지금 10월 30일!]
욕설까지 퍼붓고,
[야. 이 XX야! 내가 와, 와 이 자식이.]
겨우 잠드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신고전화를 겁니다.
[영장도 없이 여기 구금돼 있는데, 그래서 신고를 합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소란은, 취객이 술이 깨 정신을 차린 뒤 무사히 귀가하면서 끝났습니다.
[박두열/부산연제경찰서 경사 : 욕설을 한다든지 술에 취해서 난동을 약간 부리긴 해도 주무시다 가시는데 조금 힘든 경우였습니다.]
어제 새벽 2시.
이번에는 술 취해 잠든 걸로 추정되는 30대 여성이 이송돼 옵니다.
경찰관 3명이 함께 겨우 침대로 옮긴 뒤,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만취해 의식이 없거나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취객의 경우,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곳 주취해소센터로 옮겨집니다.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병원 안에 설치된 이 주취센터에는 그동안 900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경찰관 2명과 소방관 1명이 24시간 배치돼, 취객을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취객 본인은 물론, 취객 탓에 힘겨운 일반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인데, 치안 인력 낭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박두열/부산연제경찰서 경사 : 주취자들을 센터에 이송함으로써 (일선 경찰들이) 원활히 업무가 될 수 있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취센터 설치가 쉽게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센터 설치를 위한 부지 선정작업에 들어갔는데, 종로구 무악동 시유지가 후보지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주민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서울 종로구민 :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혹시라도 좀 무서운 분들하고 마주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종로구와 주민의 완강한 반대에, 결국 무악동은 후보지에서 제외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이 반대하는 곳엔 짓지 않겠다"며 "병원 안에 설치하거나 이동형 주취센터 버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이종정,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