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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처박힌 차량에 시신 방치…"세상 종말" 스페인 대홍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11.01 10:20|수정 : 2024.11.01 11:11


▲ 스페인 발렌시아 홍수

스페인 남동부 홍수로 도로와 교량이 끊어지고, 차량 안 시신들이 방치되고 상점 약탈이 이어지면서 치안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1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내린 기습 폭우의 집중 피해를 본 스페인 발렌시아의 도로와 철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부 장관은 발렌시아 3개 지하철 노선이 모두 폐쇄됐다면서 발렌시아와 수도 마드리드를 잇는 고속철도 끊겼다고 밝혔습니다.

마드리드까지 가는 고속철 노선은 심각한 훼손으로 앞으로 3주가량은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또 발렌시아 지역을 지나는 스페인의 주요 고속도로와 교량도 대부분 정상적인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렌시아의 주요 거리와 도로에서는 현재 수천 대에 이르는 승용차와 트럭들이 두꺼운 진흙탕에 처박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습니다.

도로 침수가 시작될 때 미처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사람들의 시신도 일부 차량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와 주변 지역에서는 물이 아파트 지상층으로 들어차 주민들이 고립되고, 대형 쇼핑센터나 요양보호 시설에서도 침수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입니다.

침수 당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한 생존자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NYT에 따르면 모친상을 당한 디에고 에르난데스(56) 씨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어머니의 장례식장으로 가던 중 홍수와 맞닥뜨렸습니다.

처음에는 얕은 흙탕물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도로는 급속도로 침수되며 승용차의 시트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습니다.

차량 밖으로 탈출한 부부는 급류에 휘말렸고, 아내는 떠내려가던 중 가로등을 먼저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 씨는 계속 휩쓸려 내려가다가 침수돼 처박혀 있던 버스 끝을 붙잡고 겨우 지붕에 올라가 살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생사를 몰랐던 아내도 무사히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에르난데스 씨는 침수와 탈출 당시의 상황을 "세상의 종말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재난으로 상점들이 폐쇄되자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약탈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스페인 경찰은 침수를 입은 상점가에서 벌인 약탈범 체포 작전에서 한꺼번에 39명을 검거하고 다량의 도난품을 회수했습니다.

당국은 약탈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치안력을 증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재민에 대한 긴급지원금도 편성됐습니다.

이번 홍수의 이주민은 최소 6천 유로(890만 원)의 지원금을 지방정부에서 수급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 주 정부는 이번 대홍수 복구와 이재민 지원 긴급예산 2억 5천만 유로(3천700억 원 상당)를 편성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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