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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밤엔 오지 마세요"…'오버투어리즘' 몸살 앓는 이곳에 특단의 조치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 2024.10.30 14:04|수정 : 2024.10.30 14:04

[뉴스스프링] 북촌한옥마을 관광객 야간 통행 제한…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


김수현 뉴스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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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의 관광객 방문 시간 제한 정책이 시범 운영됩니다. 북촌 주민의 정주권 보호와 올바른 관광 문화 정착을 위해, 주거용 한옥 밀집 지역에 관광객은 낮 시간에만 드나들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3월부터는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서울 종로구는 11월 1일부터 북촌한옥마을에 관광객 방문 시간 제한 정책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 지역은 북촌 특별관리지역 내 '레드존'(북촌로 11길 일대 3만 4천㎡)으로,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이 제한됩니다. 단, 주민과 주민의 지인·친척, 상인, 투숙객, 상점 이용객 등의 출입은 허용됩니다.
 

무슨 상황인데?

종로구는 앞서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관광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7월 1일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민 불편 수준에 따라 레드존, 옐로우존, 오렌지존으로 나눴습니다. 레드존은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주거용 한옥 밀집 지역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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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까지는 계도 기간입니다. 종로구는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 인력을 투입해 안내·홍보를 강화하고, 계도 기간 후에는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갑니다. 2025년 3월 1일부터는 제한 시간에 레드존을 출입하는 관광객에게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종로구는 또 2026년 1월부터 전세버스(관광버스) 통행 제한 구역을 운영합니다. 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상지는 버스 불법 주정차가 빈번한 북촌로, 북촌로 5길부터 창덕궁 1길에 이르는 약 2.3km 구간입니다. 종로구 관계자는 "지난 7월 1일 고시에서는 북촌로 일대만을 통행제한구역으로 발표했으나, 풍선 효과나 안전사고 우려를 고려해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는 재동초등학교 인근 도로까지 범위를 확대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종로구는 전세버스 통행 제한을 통해 버스는 마을 외곽에 주차하고, 관광객은 도보로 접근하는 보행 중심 관광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문헌 구청장은 '이번 정책은 북촌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의 안락한 주거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입니다. 조선 시대부터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곳인데요, 1920년대 후반 서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택업자들이 양반들이 살던 대형 한옥 필지를 소규모 필지로 분할하고 구릉지도 개발해 도시 한옥을 대량으로 건설하면서, 지금과 같은 한옥 밀집 지역이 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로 명문 학교와 공공기관들이 이전하면서 남겨진 필지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개인들도 한옥 아닌 일반 주택을 건설하면서 한옥들이 빠르게 멸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서울시의 보존 정책에 힘입어 대표적인 한옥마을로 남아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6천100여 명의 주민들이 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촌한옥마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특히 2020년 서울시가 이 지역에 건축 특례를 적용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옥스테이'를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무려 644만 명에 이릅니다. 특히 한복을 입고 한옥에 숙박하며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문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에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쓰레기와 소음, 사생활 침해 등 주민들의 일상이 크게 방해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신고제로 할 수 있는 한옥스테이 사업에 기업들이 뛰어들어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거 환경이 악화하면서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북촌 거주 인구는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27.6% 줄어들었습니다.

종로구는 지난 7월 1일 북촌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전국 최초 사례입니다. 관광진흥법 48조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훼손되거나 주민의 평온한 생활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광진흥법은 관광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규제는 없습니다. 야간 시간대 관광객 통행금지나 전세버스 통행 제한 정도가 거주민 보호를 위해 종로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북촌한옥마을에 지금 일어나는 일은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과잉 관광', 즉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뛰어난 자연경관, 역사적 명소뿐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일상의 명소가 인기를 끌면서 관광업은 부흥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겁니다.
 

한 걸음 더

연평균 3천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 7월 도심 곳곳에서 150개 단체 3천여 명이 참여한 오버투어리즘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으로 쏘기도 했고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주민들이 쫓겨난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일부 호텔과 식당 테라스를 봉쇄했습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제기되자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방문객에게 부과하는 관광세를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주택들이 대거 관광용 숙소로 전환되면서 주민들이 주거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주택 임대료는 지난 10년 동안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 시장은 5년 안에 에어비앤비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단기 임대를 없애겠다고 했고, 시의회도 약 1만 개의 관광 숙박 허가를 철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연간 3천만 명 이상이 찾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역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아온 곳인데요, 주민들은 떠나고 관광업 종사자들과 관광객들만 남은 '테마파크'가 되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죠. 이에 따라 베니스는 오버투어리즘을 막겠다며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세'를 도입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객은 하루 5유로를 내야 하는데요, 내년부터는 입장세가 10유로로 오를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 정도로 과잉 관광을 방지하기는 어렵다며, 이보다는 에어비앤비 규제 등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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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감천문화마을 역시 오버투어리즘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지역입니다. 오랫동안 낙후 지역이었던 감천문화마을은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 등 약 10년간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관광지로 떠오른 곳입니다. 지난해 기준 276만 명이 방문하고 이 중 6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습니다. 올해는 8월 중순까지 약 185만 명이 방문한, 부산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7천여 명, 비성수기에도 5천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2020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의 하루 수용 적정 관광객 수는 2천601명입니다. 수용 가능 인원을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쓰레기와 소음, 악취, 교통 불편, 화재 위험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 추진 때 만들어진 주민협의체가 주민과 관광 산업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 곳으로도 주목받아 왔습니다. 주민협의체가 설립한 마을 사업장에는 지역 주민들을 채용했고, 마을 사업장 수익금으로 주민들에게 식료품과 종량제 봉투 등을 제공하고 무료 마을 빨래방을 운영했습니다. 관광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주민들도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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