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방파제' 외평기금 2년째 동원…이번엔 주택기금까지 쓴다

정부가 '30조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세수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을 뒤집은 것인데, 정부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추가로 지급하기 위해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 29조 6천억 원 가운데 외평기금으로 4조∼6조 원을 메울 계획입니다.

외평기금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는 기금입니다.

지난해에도 외평기금 19조 원이 국세 수입 부족분 56조 4천억 원을 메우는 데 활용됐습니다.

외평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14조 4천억 원을 조기 상환하고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예탁하기로 한 5조 5천억 원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공자기금은 기금 등의 여유자금을 관리하고 국채 발행·상환을 맡는 일종의 정부 자금 조달 창구입니다.

2022년부터 나타난 달러 강세로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 결과 외평기금에 원화가 대규모로 쌓인 결과입니다.

정부는 올해도 4∼6조 원을 외평기금에 덜 주는 방식으로 공자기금의 여윳돈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강(强)달러가 뚜렷해지면서, 외평기금 원화 자산의 활용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되면 외환당국이 달러 자산을 내다 팔면서 오히려 원화 자산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올해 세수 부족을 메울 재원에 외평기금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당초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외평기금과 관련해서 20% 범위에서 기금운용계획 변경하는 것을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외환 방파제'를 세수에 동원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선, 중동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짙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국면에서 외평기금의 여력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재정 상황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의 여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외환시장 참가자에게 불확실한 요인을 더해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외평기금의 재원 활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외평기금의 자금 조달 규모는 기금의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입장입니다.

작년 말 결산 기준 외평기금의 자산 규모는 274조 원입니다.

외평기금 동원에는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의 감소분을 줄이려는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현행법상 세수감소에 연동해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을 9조 7천억 원 줄여야 하는데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6조 5천억 원만 줄인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을 잇달아 비판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재부 류중재 국고과장은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부세(금)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교부세·교부금은) 국세 실적에 따라 연동이 돼 9조 7천억 원을 줄여야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재원으로 불가피하게 외평기금을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법정 감액비율보다 지방교부세·교부금을 더 지급함으로써, 차차년도까지 교부세·교부금을 덜 주는 방식으로 정산하게 됩니다.

일각에선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으로, 정부는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재정의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도시기금을 동원한 점도 또 다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사업자와 개인에게 분양주택건설자금, 주택구입자금 등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으로 재원을 조성합니다.

정부는 기금의 여유재원이 충분하다며, 세수 부족분에 활용해도 주택기금의 건전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