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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명의'가 '임신 중지' 간담회에 나온 이유는…뜻밖의 대답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10.23 09:00|수정 : 2024.10.23 09:00

[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교수 

'다둥이 명의' 전종관 교수가 '임신 중지' 간담회에 나온 이유

정말 그 사람이 맞을까.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봤습니다. 맞았습니다. 배우 송일국 씨의 아들 삼둥이부터 군인 부부의 오둥이 남매들까지,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다둥이 분만을 성공시킨 국내 '다태아 분만' 명의(名醫) 전종관 교수.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정년퇴임 후 올해 초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많은 부부들의 다태아 분만을 돕고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곳에서 보다니, 의외였습니다.

지난 14일, 시민사회계가 마련한 '임신 중지 비범죄화 후속 보건의료체계 구축 및 입법 촉구 기자간담회'였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낙태라고 불리는 '임신 중지'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어떤 것들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계, 그리고 법조계 인사들이 모여 정부에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자는 지난 5월부터 임신 중지 관련 취재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접해 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난산을 성공으로 이끌고 유퀴즈에도 소개됐던 전종관 교수를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1시간 동안 이어진 패널들의 모두발언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왜 이 자리에 나오셨나요?"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한테 오는 99%의 산모들은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임신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산모들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의학적 이유 때문입니다.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임신부의 건강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산모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부모가 포기한 아이까지 제가 책임질 생각은 없습니다. 임신을 한 여성이 '나는 절대 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라고 하는데 그래도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임신의 유지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부모가 키우기를 포기한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할 일은 임신한 여성이 무사히 임신 종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근거가 됐던 형법 269조와 1항,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임신 22주 범위 내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2020년까지 새 법을 만들라고 했지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계는 관련 법이 모두 효력을 잃었으니 낙태는 범죄가 아니며 헌재가 언급한 22주라는 가이드라인도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헌재의 판결에 근거해 새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 뿐 그 효력이 사라진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 발의됐던 정부의 대체입법안에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별도 요건 없이, 24주까지는 제한적으로 임신 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것도 폐기됐습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020년 "조건 없는 임신 중지는 10주 이내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는 명확히 통일된 입장은 없는 상태입니다. 모체와 떨어져서도 생존이 가능한 주수가 지나면 임신 중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통의 의료계 입장인데, 그 시기를 무엇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전종관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됐던 '36주 임신 중지 유튜버' 사건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36주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27주, 28주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저는 헌재가 애초 2019년 판결 때 22주라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약 22주를 생존 가능성의 임신 주수로 정한다면 22주 넘는 모든 아이들은 생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로 가야 합니다. 유산이나 임신 중지도 22주 이전에만 할 수 있게 됩니다. 22주~23주 사이에 아기를 낳으면 20~30% 전후의 생존 가능성은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게 됩니다. 임신 중지의 허용 여부를 주수로 제한하는 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 교수의 말이 '모든 주수의 임신 중지를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로 귀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전 교수는 "인공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은 임신 주수의 한계를 없애기를 바라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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