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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채식주의자' 청소년에 유해?…성교육 전문가 답은

안상우 기자

입력 : 2024.10.18 21:02|수정 : 2024.10.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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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지난해 한 고등학교에서 유해 도서로 판단돼 폐기된 걸 두고 논란이 일고 있죠. 작품성과는 별개로, 일부 선정적인 대목이 학생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건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성교육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팩트 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소설 '채식주의자'는 평범했던 중년 여성이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고기를 강제로 먹이려는 가족과의 충돌,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과 여기에 성적 매력을 느낀 형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장면도 나옵니다.

노벨위원회는 독재적인 규범과 관습에 매몰된 가부장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평가했는데,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처제와 형부의 부적절한 관계 묘사가 학생들 성교육에 유해하다고 본 겁니다.

작품 전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코미디'라는 비판과 함께, "노벨상은 축하할 일이지만, 청소년에게는 유해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청소년 유해 도서'로 공식 지정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성교육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요.

국내외 전문가 5명에게 문의한 결과, 모두 폐기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특정 대목의 선정성보다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명화/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 : 가부장제 가족, 특히 아버지 폭력 이런 주제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형부하고 처제의 부적절한 성관계 그것만 부각할 수가 있지? 너무 얄팍한 판단이죠.]

또, 교사나 학부모의 적절한 독서 지도가 더해진다면, 오히려, 올바른 성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청소년은 건강한 성적 관계를 구별하고 원하지 않는 성적 압력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채식주의자'가 이런 고민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오히려 통념에 어긋나는 성관계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 토론 과정을 거치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학생들은 성장할 수가 있어요.]

성 표현물에 대한 단순 검열보다는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이재준, VJ : 김준호, 작가 : 김효진, 인턴 : 배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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