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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교, 평점 사이트 차라리 안 보는 게 낫다"…와인 고를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10.20 09:01|수정 : 2024.10.20 09:01

[스프카세] 아이추워의 슬기로운 와인 구매 ② 비비노와 와인서쳐


네이버 블로그 '와인직구의 모든 것'에 글을 쓰며, 직구 플랫폼 주류사업실장이기도 한 '아이추워' 최원준. 직구로만 와인을 즐길 것 같지만, 사실은 국내 샵에서도 꾸준히 많은 와인을 구매한다는 그가 슬기로운 와인 구매, 그리고 와인업계에 대해 이야기해드립니다.
 

아이추워 스프카세
가끔 백화점이나 마트 안을 걷다 보면 판촉 영업사원이 "인터넷(쇼핑몰)보다 더 저렴하다"고 외치며 가격 메리트를 강조하면서 무언가를 팔고 있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그런 품목들은 여지없이, 인터넷 오픈마켓상에서 다수의 판매자가 경쟁하며 파는 상품이 아닌, 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직접 쿠팡, 지마켓,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 더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등록해 두고, 실제로는 백화점·마트의 행사 부스 등 오프라인 채널의 판매에 주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오프라인 샵보다 저렴하다"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와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이 와인 구매 시에 참고한다는 비비노(Vivino) 및 와인서쳐(Wine-Searcher). 소비자들이 이런 도구에 더 많이 의지할수록, 적지 않은 수의 판매자들 또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러한 도구들에 보여지는 데이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본인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혼신을 다하는 와이너리들도 많지만,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경우에는 특히나 '비비노 작업을 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올 만큼 꽤나 노골적인 비비노 점수 가꾸기를 하기도 하며, 와인서쳐의 가격 또한 관리되곤 한다.
 

1. 비비노의 점수

'비비노' 홈페이지의 첫 화면
필자는 여러 해 전부터 비비노 앱을 아예 보지 않는다, 휴대폰에서도 삭제한 지 오래이다. 아래는 그렇게 삭제하고 보지 않게 된 이전의 경험과, 그 이후 주변에서 추가로 제보를 준 내용들을 종합한 판단이다.

1)
경험하는 와인의 범주, 그리고 점수 부여 기준이 크게 다른 수많은 유저들이 매긴 평균 점수라는 점에서 애초에 신뢰하지 않기도 했고,

2)
설령 모든 유저들이 양심껏 점수를 부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5점 만점 중에 점차 4점대 초반 전후로 많은 와인들이 수렴하여 변별력을 상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3점대 중반과 4점대 초반 와인의 분별은, 굳이 비비노를 참고하지 않아도, 이미 가격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3)
많은 소비자들이 이 점수를 참고하여 구매하는 만큼, 이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업자들의 노력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업계를 옆에서 지켜보아 온 만큼, 와인 수입 관계자분들의 성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인데, 본인 회사에서 수입하는 와인에는 예외 없이 일괄 5점 만점을 준 수입 관계자의 성함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빈티지 리뷰 건수가 수십-수백 건에 불과한 와인의 경우, 이러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얼마든지 점수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아, 여지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 이러한 사례를 직접 많이 보아왔다.
 

2. 와인서쳐의 평균가격

'와인서쳐' 홈페이지의 첫 화면
많은 애호가들과 업자들이 '해평가', '해외가', '서쳐가', '시장가' 등의 용어로 와인서쳐 사이트에 올라온 판매샵들의 평균가격을 해당 와인의 시세라며 인용, 참고하곤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인터넷보다 더 저렴하다"며 호객하는 오프라인 행사장마냥, "해외가보다 저렴하다"는 설명이 붙는 와인 광고·호객 또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같은 산지에서 생산되어, 특정 국가에서의 가격이 완전히 동일한 와인도 이 '서쳐가'(와인서쳐 평균가)는 꽤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1)
생산국 내수 유통을 하지 않는 와인은, 내수 비중이 높은 와인 대비 서쳐 가격이 크게 높아진다.
: 프랑스 현지에서 소매가격 5만 원 전후에 판매되는 프랑스 와인은 미국으로 넘어가면 보통 7만 원대 정도의 가격을 형성한다. 이런 가격대의 두 와인 중에, 하나는 미국 및 제3국 수출용으로 대부분 팔려나가고, 또 하나는 프랑스 및 인접국 판매 비중이 매우 높다면, 실제로 같은 나라 같은 샵에서 가격이 같은 두 와인의 서쳐가는 20~30% 차이가 날 수 있다.

아이추워 스프카세 
국내 마트 및 와인샵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에 '푸나무(Pounamu)'라는 와인이 있다. 이 와인은 뉴질랜드 내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 뉴질랜드 와인 애호가들이 잘 알지 못하는 뉴질랜드 와인이다. 소위 '수출 전용' 와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덕분에 서쳐 평균가격이 국내 소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2만 원대이다.

2)
신규 와인 출시 직후, 와인서쳐 등재 판매처가 드문 시점의 착시 현상
: 여러 해 전에, 와린이(와인 초보자)들도 많이 참고하는 온라인 와인 커뮤니티에 가성비 미국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유명세를 탄 와인이 꽤나 자주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몇몇 좋은 시음 후기 글과 함께, 또 하나의 인기몰이 배경은 바로 서쳐가·현지가 대비 가격 메리트였다. 서쳐 가격 30달러짜리 와인인데 국내 가격이 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많은 이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구매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 이 와인이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언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인서쳐를 조회해 보니, 미국, 그것도 무려 '나파밸리'의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미국 내수시장에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배경을 갖추었음에도, 와인서쳐상에 해당 빈티지를 판매 중인 미국 판매처가 단 두 곳뿐이었다. 그 둘 중 하나는 바로 와이너리 온라인 샵, 그리고 나머지 업체 또한 미국 와인샵 쇼핑 구력이 제법 되던 필자의 눈에도 매우 낯선 곳이었다. 가격은 두 곳 모두 동일한 30달러. 좀 더 지나서 이 와인의 가격은 떨어졌다. 미국에서도 지금은 와인서쳐 기준 10달러 초중반대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국내 가격도 2만 원 안팎.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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