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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타이완발 훈풍'에도 삼성전자 차갑다…반전 기회 어디에?

권애리 기자

입력 : 2024.10.18 10:15|수정 : 2024.10.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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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요즘 연일 널뛰기를 하고 있죠. 특히 어제(17일)는 두 반도체 회사 주가가 크게 엇갈렸네요.

<기자>

수요일부터 먼저 보면, 수요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둘 다 2%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SK하이닉스만 4% 가까이 오르면서 8월 20일 이후로 두 달 만에 가장 비싼 가격에 마감한 반면에요.

삼성전자는 0.34% 오르긴 했지만, 그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이른바 5만 전자, 5만 원대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어제로 27일 연속 삼성전자를 내다 팔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긴 기간의 순매도입니다.

두 기업은 대체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은 날은 같이 오르고, 그렇지 않은 날은 같이 내리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렇게 주가가 엇갈리는 날들이 자꾸 보입니다.

왜일까, 둘이 비슷한 폭으로 떨어졌던 수요일은 나라 밖에서 이른바 'ASML 충격'이 전해졌던 날이었습니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데, 별명이 '슈퍼 을'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 회사 장비를 선택해 줘야 하니까 을은 을인데 첨단 반도체를 만들려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이 회사의 장비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슈퍼 을, 독점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입니다.

그런데 수요일 새벽에 이 회사의 3분기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게 나오면서 다시 한번 반도체 겨울론이 대두됐고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골고루 급락하거나 폭락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도 비슷했습니다.

<앵커>

어제 반도체 시장에 주목할 소식이 하나 있었잖아요. 이게 두 회사에는 좀 다르게 작용한 걸까요?

<기자>

어제 오후에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 기업 TSMC의 실적이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충격이 아니라 훈풍이 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아직 3분기의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2분기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에 따라 잡히는 듯했던 TSMC의 매출이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앞으로의 전망 모두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우리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이 소식을 보고 급등한 반면에 삼성전자는 제자리를 맴돈 겁니다.

왜냐, 역시 AI 때문입니다.

지금 전 세계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반도체에서 무려 95% 정도의 점유율을 누리고 있는 걸로 추산되는 엔비디아는 사실 그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요.

TSMC가 그 전부를 제조합니다.

이번에 TSMC 실적이 이렇게까지 잘 나오니까 역시 AI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하루 만에 다시 퍼지면서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엔비디아에 AI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즉 AI 가치사슬에 오라 있는 회사들은 오늘 새벽까지 대체로 오르는 모습이 보인 겁니다.

전날 ASML의 실적 충격은 미국이 ASML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탓이 크다고 이 회사 경영진도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ASML의 매출 구조상 문제지 AI 반도체는 여전히 뜨겁다, TSMC가 하루 만에 이렇게 보여준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AI 가치사슬에 동승하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TSMC가 세계 1위인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1위와 차이가 크게 나는 2위입니다.

이렇다 보니 TSMC가 어제 반도체 업계에 안심시킨 회사들이 많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오히려 TSMC가 독주를 굳히는 분위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어제 연출됐다는 겁니다.

<앵커>

삼성전자에 왔다는 겨울이 많이 추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기자>

사람들이 그 기업에 거는 기대를 보여주는 게 주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올해 들어서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TSMC와 삼성전자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너무 큰 격차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테스트해 온 AI 메모리를 올해 안에 납품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고요.

내년에 아예 새로운 모델로 공급을 시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대로 삼성전자가 AI 가치사슬에 합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상황을 빠르게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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