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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 우리 다시 부부로 살았으면" 순직 여교사 남편 인터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10.17 08:01|수정 : 2024.10.17 08:01


▲ 2023년 9월 9일 발인식 날 오전 5학년 교실 교단에서 심미영 선생님의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장대 위에 있는 목걸이, 빗, 화장품이 그대로 있습니다. 아내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느낌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생각해봤더니 미안하다는 마음만 듭니다. 아내가 학교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지 못한다고 구박해서 미안하고, 야근한 내가 힘들다고 불평한 것도 미안합니다. 좋은 남편은 아니었지만, 아내가 허락한다면 다음 생에는 다시 부부로 만나 잘해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학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심 모(40대 중반) 대전용산초교 선생님의 남편(40대 후반, 회사원)은 지난달 21일 대전 시내에서 언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일부 학부모들이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무분별하게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데, 이렇게 해놓은 법률을 고쳐야 한다"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민원 대응팀 가동, 수업방해 학생 분리 생할지도 등의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심 선생님은 대전시 관평초교에 재직할 당시인 2019년 11월 반 아이를 학대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학부모들의 민원과 괴롭힘은 지속됐습니다.

심 선생님은 2023년 3월에는 대전용산초로 옮겨왔다가 9월 초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다음은 심 선생님 남편 인터뷰입니다.
 
-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미안하다는 마음만 계속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가 힘들다는 신호를 많이 보낸 것 같은데, 그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직장 스트레스 정도로만 생각하고, 아내에게 왜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느냐고 구박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짜증을 냈던 것도 미안합니다. 나는 별로 좋은 남편은 아니었지만 허락해준다면 다음 생애에 한 번 더 부부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내와 관련해 남은 일은 무엇이 있나?

아직도 아내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부인이 떠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왜 정리하지 못하고 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기는 한데, 아내의 흔적을 지우기 싫은 마음인 듯합니다. 아내가 화장대 위에 놓았던 귀걸이와 빗, 화장품 등도 그대로 있습니다. 이제는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해자들에게 형사와 민사 책임을 묻는 것은 끝까지 파고들 예정입니다.

- 가해 학부모들은 심 선생님을 대상으로 국민신문고 7회, 학교 방문 4회, 전화 3회, 아동학대 신고 1회, 학폭위 신고 1회 등 4년여 동안 16차례 민원과 신고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6차례는 기록으로 남겨진 것 만입니다. 기록돼 있지 않은 학교 방문이나 전화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학부모들은 왕 행차를 하는 것처럼 학교에 오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쳐들어오듯이 학교에 오기도 했다고 동료 선생님들은 전했습니다. 툭하면 전화를 걸어 항의한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 그 학부모들의 행위가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들의 행위를 너무 협소하게 보고, 그 행위가 법조문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따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의정부시 호원초 선생님에게 돈을 받은 학부모도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그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명시적으로 말하거나 협박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경찰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 학부모는 고인이 복무 중이었던 군대에도 찾아오고, 계속 연락을 해서 돈을 안 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도록 압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내 사건에서도 경찰은 지엽적인 부분에 매달리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재 검찰이 재수사하고 있습니다.

- 그들 학부모에 대해 시민들의 사적(私的) 제재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들이 계란을 던지고 응징하듯이 하는 것은 법치 국가에서 안 되는 행동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한 사적제재라도 없었으면 더 화가 나고 억울한 심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내가 장례식장을 정리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언론에서 이슈가 돼서 그 학부모가 운영하는 사업장 근처에 가봤는데, 그 가게 앞에 경찰들이 서서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아내가 저 사람들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고 힘들어할 때, 그리고 부당하게 고소당할 때 경찰은 한 번도 아내 옆에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가해자는 저렇게 지켜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가해자들의 이름 석 자도 제대로 모르기에 고발장에는 그들의 이름이 부정확하게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관평초 당시 교장 선생님 말대로 심 선생님이 그냥 사과했으면 쉽게 끝날 일이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경찰서에서 내가 조사를 받을 때 담당 경찰관이 빈말인지, 농담인지 언급한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그냥 사과하고 좋게 좋게 끝났으면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상황이) 안 왔을 텐데"라고 했습니다. 경찰관으로 일하는 지인은 "재판에서 너의 아내가 지더라도 내는 벌금은 수백만 원에 불과한데, 네가 부담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얼핏 봐도 그런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가겠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소송을 해서 결백함을 입증하겠다"고 했습니다. 교사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아내의 사건과 관련해 교육청은 제대로 대응했나?

교육청의 대응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사안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중재해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은 문제의 해결을 교사 개인에게 돌리고는 처벌과 징계에 관해서만 관심을 갖습니다.

- 교사에 대한 처벌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학부모가 터무니없는 민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민원을 접수하면 교육청은 "이건 교사의 정당한 지도행위"라고 선을 긋고, 학부모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교육청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현장에 나와서 조사를 합니다. 그냥 감찰하는 수준입니다. 이러니 선생님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 선생님도, 교육청도 도움이 안 됩니다. 교사가 홀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교육감이 선거로 뽑히니 학부모들 눈치를 보는 것인가?

교육감을 왜 선거로 뽑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신경 써서 투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교육부와 교육청 등 학교 당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책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이 그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민원 대응팀 가동,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생활지도 등 새롭게 시행한 정책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의미가 없습니다.

- 부인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 1년이 지났는데, 교권 침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고 있는 듯하데?

근본적으로는 입법부가 움직여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여론을 중시하니 여론을 만드는 언론이 중요합니다. 지금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디에서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텐데, 이러한 일을 언론이 밝혀주면 국민의 보는 눈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여론이 형성될 것이고, 입법부가 안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피해 교사들이 줄어들 텐데,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개정할 생각이 없는 듯한데?

나는 교사들이 피해를 안 보게 해달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이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지금 아이들에 대한 교육 자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교사가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의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을 줄 것입니다.

- 부담을 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런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해서 사회구성원이 됐을 때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지 걱정됩니다. 부실한 교육으로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교사는 따끔하게 혼내고, 아이는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배워야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될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 사회적으로 해악이 되는 일인데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그걸 방지하고 뒤처리하는데도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듭니다.

-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막고 있다고 보는가?

나도 고교 시절에 문제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나를 잘 지도해주셔서 지금은 사회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담임 선생님은 별명이 '독사'였습니다. 엄청나게 무서운 분이었는데,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해 엄하게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대해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선생님에게는 더 편하셨을 텐데 왜 그랬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바로 교사의 의무이자 제자에 대한 사랑이지 않나 싶습니다. 나의 학창 시절 그 선생님이 무신경하게 나를 그대로 뒀다면 지금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 요즘 같으면 독사 선생님이 심하게 학생을 혼냈다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듯한데?

독사 선생님이 나를 바로잡기 위해 때로는 엄하게 생활지도를 하셨는데, 아버지가 독사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발했다면, 그래서 선생님이 생활지도를 포기하셨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이 사회에 플러스가 되는 인생보다는 마이너스가 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관심과 지도, 교육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부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선생님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민원과 고소, 고발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말로 자신의 아이가 잘되도록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선생님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만족을 위해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본인의 그런 민원과 신고가 자기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조차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선생님들과 대립할 것이 아니라 협력과 화합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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