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친절한 경제] "기록적 고용률"인데 내수 부진?…좀 더 뜯어보니

권애리 기자

입력 : 2024.10.17 09:46|수정 : 2024.10.17 10:08

동영상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고용시장 동향이 발표됐죠. 고용률이 높지만 자세히 보면 걱정되는 점들이 눈에 띈다고요.

<기자>

9월 고용률은 63.3%나 돼서 9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기는 했습니다.

고용률이란 우리나라 15세 이상 전체 인구 대비해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거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나와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 고용률이 9월 기준 역대 최대인데 왜 내수가 부진할까 궁금해지죠.

그런데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내수가 부진할만하구나 싶은 점들이 눈에 띕니다.

먼저 전일제, 풀타임으로 일하는 취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주당 36시간 이상을 일한다는 사람이 1년 전에 비해서 53만 3천 명이나 줄어들면서 2.4% 감소했습니다.

반면에 주당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은 67만 5천 명이나 늘어났고요.

그중에서도 17시간 미만으로 일한다는 사람이 30만 명 13.2%나 증가했습니다.

늘어나는 취업자들이 대체로 파트타임 쪽에서 늘고 있다, 취업자로 잡히기는 하지만, 소득이 충분하길 기대하긴 어려운 일자리에서 주로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파트타임 일자리 중심으로 취업이 늘어나는 건, 고령 취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예전 같으면 은퇴 시기를 한참 지난 노년층에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겁니다.

60세 이상에서만 취업자가 27만 2천 명이나 늘어나서 사실상 노인 취업 증가가 견인하는 시장입니다.

<앵커>

은퇴 뒤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 많다고 몇 번 전해 드렸잖아요. 이게 숫자로도 드러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 5명 중에 1명 가까이 65세 이상인 데다가요.

10여 년 전만 해도 65세 이상에서 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30% 정도에 그쳤는데, 이게 40%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60세 이상으로 보면 47.4%나 됩니다.

법적 정년을 지나도 일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2명 중 1명에 육박한다는 겁니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노인들의 노후 준비는 여전히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나라에서 사회가 급격히 빈곤과 소비 부진의 늪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노인들이 일을 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노년 고용률이 늘어나는 것에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연령별로 뜯어보지 않고 전체 고용률만 보면서 고용이 역대 가장 좋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노동시장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고용률이 0.8% 포인트씩 오르긴 했는데요.

40대 취업자는 사실 6만 2천 명이나 줄었습니다.

40대에서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인구 대비해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이 좀 늘어도 40대 취업자는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대의 고용률은 60.9%였습니다.

1년 전보다 0.2% 포인트가 낮아졌는데, 취업자 수로는 15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니까 고용률이 0.2% 포인트만 낮아져도 20대가 노동시장에서 이만큼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앵커>

이것도 중요한 수치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쉰다는 청년들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네요.

<기자>

구직 활동을 하고 있거나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이 또 6만 9천 명이나 증가해서요.

2021년 1월 이후로 4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연령대에서 이 정도의 증가폭은 상당한 겁니다.

지금 우리 노동시장의 활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를 갖고 보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많은 청년들이 정말 구직도 공부도 안 하고 쉬고 있다기보다는 "나는 쉬고 있는 거다"라고 대답하는 경향이 좀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분석하기도 합니다.

친절한 경제에서도 한 번 짚어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기업들이 경력자를 훨씬 선호하는 데다가 공채는 실시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충원하는 식으로 뽑다 보니 20대에서 원하는 일자리로 처음부터 진입하는 게 쉽지 않고요.

그래서 일단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구직 중이라기보다 쉬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아예 구직을 단념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지만요.

사실 청년들이 생애 첫 일자리에 진입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할수록 생애 전체 소득이나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집계도 있기 때문에요.

계속 주시해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SBS 뉴스